이른바 '따로 또 같이' 전략이다. 이러한 '어벤져스' 방식이 안방극장에서 시청자들 눈길을 끄는 데도 활용되고 있다. 그 흐름이 갈수록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1일 전파를 탄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는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 멤버들이 출연해 주말 내내 화제를 모았다.
이날 방송에는 트로트가수 유산슬 캐릭터로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맞은 유재석이 라면집을 운영하는 과정이 담겼다.
그런데 이 라면집에 '맛있는 녀석들' 유민상·김준현·김민경·문세윤이 찾아오면서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졌다. '맛있는 녀석들' 이영식 PD는 "('놀면 뭐하니?') 제작진에게서 전화가 왔다"는 말로 두 프로그램 협업 과정을 설명했다.
'놀면 뭐하니?' 유재석도, '맛있는 녀석들' 멤버들도 갑작스레 벌어진 상황에 다들 어리둥절해 했다. 그러나 이후 '라면집 운영'과 '맛집 탐방'이라는 각자 임무에 충실하는 데서 오는 두 프로그램의 협업은 남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이러한 새 흐름은 과거 지상파 방송사들처럼 막강한 힘을 지닌 플랫폼이 점점 사라지면서 강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대중문화평론가 하재근은 3일 CBS노컷뉴스에 "예전에 지상파의 영향력이 굉장히 강했을 때는 각자 영역을 배타적으로 지키면서 상대 방송사와 거리를 확실히 뒀다"며 "그러나 지금은 지상파가 종편·케이블 등에 밀리면서 상당히 약화된 데다 결정적으로 유튜브가 등장해 더욱 궁지에 몰리면서 이러한 (방송사간 협업)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각기 다른 방송사 프로그램 사이 협업은 시청률로도 그 효과를 짐작할 수 있다. 놀면 뭐하니?' 방송분은 시청률 10.2%(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로 자체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순간 최고 시청률은 11.3%로 유재석이 '맛있는 녀석들' 멤버들에게 특선 짬봉라면을 대접하는 장면이었다.
하재근은 "서로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두 프로그램이 섞이면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신선하고 그 자체로 화제가 된다"며 "양쪽 프로그램에서 이러한 이벤트가 나왔을 때 화제성이 커지면서 시청률이 조금이라도 올라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각 방송사들이 자기 영역만 고집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괜찮은 캐릭터나 기획이 나오면 제휴를 통한 협업으로 서로 이익을 보는 방식을 선호할 것"이라며 "과거처럼 지상파 방송사가 압도적인 위상을 회복하지 못하는 한 이러한 협업 사례는 더욱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