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잃고 외양간? 당국 '접촉자 정보공유' 확대키로

日, 12번 확진자 국적인 중국에만 통보, 정작 입국한 한국에는 알리지 않아
한중일 핫라인 설치도 무용지물…"출국 국가도 정보 공유토록 협의 중"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확진환자 3명 추가 등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에 대처하는 한중일 공조체계가 도마 위로 오른 가운데 보건당국이 "접촉자의 국적상의 나라 뿐 아니라 출국한 나라에도 동시에 통보하도록 협의 중"이라고 2일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2일 신종 코로나 관련 브리핑에서 "여러 국가들이 똑같이 당장 조치가 필요한 사항이면 국적뿐 아니라 출국한 국가에도 동시에 통보하도록 연락체계를 변경하는 부분에 대해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 일본이나 다른 나라도 동일한 원칙으로 접촉자 통보를 해줘야 당장 현안에 대한 조치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해 대응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한국에는 국제적인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 공조체계는 물론, 한중일 보건당국 간의 '핫라인'도 마련됐다.

정 본부장은 "국가별 감염병 위기담당자들 간의 연락체계(National Focal Point)가 있다"며 "연락체계를 통해서 정보를 주고받고 있고, 이것을 WHO가 총괄하고 있다"면서 "통지하는 시점 등에서 이런 문제는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홍인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책임관이 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우한 교민' 임시생활시설 지원 및 상황 등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또 노홍인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책임관은 "해외 정보에 대해서는 WHO(세계보건기구)와 WPRO(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역사무처), 그리고 해당 국가들과는 긴밀하게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며 "특히 한·중·일은 협의체가 있기 때문에 같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앞서 한중일 3국은 2015년 MERS(메르스,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을 교훈으로 삼아 지난해 12월 한중일 보건장관회의를 통해 보건위기 상황이 발생 즉시 작동하는 한중일 질병관리조직 기관장 간 직통 연락체계를 구축하기로 한 바 있다.

또 '인플루엔자 유행 및 신종·재출현 감염병에 대한 협력각서'나 '공동행동계획'에 따라 신종 인플루엔자(독감), 조류 인플루엔자, 에볼라 유행 등 주요 감염병 사태에서도 협력해왔다.

그럼에도 신종 코로나에 대한 한중일 공조체계가 논란이 된 이유는 12일 동안 보건당국의 감시망에서 증발했던 12번 확진자 때문이다.

12번 확진자는 일본에서 관광가이드 업무를 하다 일본 내 확진자와 접촉한 뒤 한국으로 건너왔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12번 확진자의 국적이 중국이라는 이유로 중국에만 12번 확진자의 접촉 사실을 통보하고 한국에는 이를 알리지 않았다.

이후 12번 확진자는 한국에 입국한 지난달 19일부터 스스로 병원을 찾아 확진 판정을 받은 30일까지 12일 간의 공백 기간 동안에 최소 138명을 접촉한 것으로 추정되고, 이 가운데 12번 확진자의 아내인 40세 중국인 여성은 이미 확진 판정을 받았다.

특히 이 기간 동안 12번 확진자가 KTX 열차와 대형 극장을 두 차례씩 이용하는가 하면 대형리조트에서 머무는 등 장시간 외부 일정을 소화했기 때문에 역학조사가 진행되면서 접촉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2번 확진자가 그동안 비교적 엄격하게 관리됐던 한국의 방역망에 균열을 불러올 변수로 주목받는 이유다.

이처럼 방역 공조체계의 일선에서 정보 교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바람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의 실수가 일어난 만큼 관련 국가 간의 신속한 대처가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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