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차실 안의 작은 사무실에 자리한 10여 명의 기사 중 8~9명이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였다. 몇몇 기사들의 손에는 차내에 비치하기 위한 마스크가 들려있었다. 기사들은 종종 "신종 코로나 소식을 들었느냐", "마스크는 챙겼느냐"고 이야기했다.
많게는 하루에 500명의 승객까지도 상대하는 버스 기사들은 매일 높은 감염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50대 중반의 여성 버스 기사 정성미씨는 "마스크를 챙겨 쓰기는 하는데 아무래도 불안하다"고 말했다. 올해로 운전경력 8년 차를 맞는 그는 "우리는 전국에서 모여드는 손님들을 태운다"며 "개인의 위생만 신경 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호소했다.
배차실 앞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던 이모(40)씨도 코로나 바이러스 이야기를 꺼내자 "아무 걱정이 없다면 그게 거짓말"이라며 "하루에 태우는 수십, 수백 명의 손님 중 누가 어떤 문제가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그렇다고 운전대 안 잡고 손 놓을 수는 없으니 알아서 조심해야 한다"며 "요즘은 운행 사이마다 손을 자주 씻으려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18년차 버스 기사 이영복(47)씨는 "다들 공포감보다 생계 문제가 더 중요해 티 내지 않고 일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미 메르스도 거치고 사스도 거쳤는데, 이런 문제가 생길 때마다 흔들리면 일 못 한다"고 털어놨다.
이런 안팎의 우려를 고려해 서울시는 최근 시내버스 안에 무료로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배치하기 시작했다. 출입문 옆에 배치된 마스크와 세정제 옆에는 "꼭 필요한 사람만 한 개씩 가져가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마스크를 챙겨 버스에 오르던 20년차 버스 기사 심원석(60)씨는 "아무래도 사태가 심각해 버스 기사들도 마스크를 쓰는 등 매뉴얼을 지키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며 "메르스 때보다 시민들의 동요가 훨씬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좁은 승용차로 승객을 만나는 택시 기사는 상대적으로 버스 기사보다 더 감염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운행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승객 수가 매출로 직결되는 '자영업자'라는 특성이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었다.
실제로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3시쯤까지 서울 명동 인근에서 취재진이 확인한 28대의 택시 중 10대만이 운전자가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60대 택시기사 송모씨는 "마스크를 하면 손님들이 좀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며 "운수사업 특성상 특별할 때 빼고는 마스크를 쓰기가 어렵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5년차 택시기사 이모(65)씨도 마스크를 쓰지 못하고 거울에 끼워놓은 상태였다.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을 이야기하면서도 '매출 하락'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씨는 "사람들이 집에 일찍 들어가다 보니 택시를 이용하지 않아 힘들다"고 씁쓸해했다.
대리운전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9년 차 대리운전 기사 김종용(61)씨는 "손님에 따라 마스크 쓴 모습을 좋아하기도 불편해하기도 한다"며 "맞추기가 어려워 그때그때 융통성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7년차 전업 대리운전 기사 이창배(52)씨도 "회사에서 단정한 복장을 요구해 마스크를 쓰지 않는 편이다"며 "'조심하라'는 짧은 공지가 최근 사태에 관한 안전 수칙 전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는 그러면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집에 어린 자녀가 있거나 연로한 기사분들 중에서는 감염 우려 때문에 당분간 일을 쉬겠다고 말하는 기사들도 많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