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박형순 부장판사)는 31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임재성 변호사가 국정원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거부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국정원은 정보공개를 거부한 처분 중 3명의 생년월일을 제외하고 (해당처분을) 취소하라"고 선고했다.
민변이 국정원에 공개청구한 자료는 지난 1968년 2월 12일 베트남 중부 꽝남성에 위치한 퐁니·퐁넛 마을에서 한국군이 자행한 민간인 70여명에 대한 학살사건에 대해 당시 중앙정보부가 사건책임자였던 중위 3명을 신문한 문건이다.
민변은 국정원이 보유하고 있는 해당자료 목록의 공개를 요청했지만 국정원이 "해당정보가 공개되면 국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외교관계 등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자 지난 2017년 11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018년 7월 "해당자료는 50년이 지난 사실에 대한 사료로 의미를 갖고 있다"며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공식적인 사과와 책임 이행을 촉구하는 활동이 가진 공익이 정보 비공개로 얻는 이익보다 크다"고 민변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도 국정원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해당판결이 확정됐다.
하지만 국정원은 이후에도 개인정보 보호 등 다른 사유를 들어 비공개 처분을 유지했고 민변은 비공개 재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판결 직후 민변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태스크포스(TF)'의 임 변호사는 "생년월일을 제외하고 사실상 (자료를) 모두 공개하라는 판결이고, 이번이 세 번째 정보공개 판결이란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부디 국정원이 판결을 수용하고 항소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목록이 공개되면 목록에 나와있는 진술서, 조사보고서 등을 특정해 다시 정보공개를 청구할 것"이라며 "2차 청구에 대해 공개여부를 다툴 것이 아니라 피해자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늦었지만 진상조사를 하겠다는 입장표명과 함께 보유자료를 공개하는 것이 2020년 국가가 보여야 할 책임 있는 모습"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