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증거인멸' 애경 前대표 2심도 징역 2년 6개월

"소비자들의 고통 외면한 채 비난 회피한 이기적 의도로 나와"

(사진=연합뉴스)
'가습기살균제'의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관련자료를 검찰 수사 직후 은닉·인멸한 혐의로 기소된 애경산업 전 대표에게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징역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1부(이근수 부장판사)는 31일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원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고 전 대표의 지시로 증거인멸을 실행, 가담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양모 전 전무, 애경산업 현직 팀장인 이모씨 역시 1심대로 각각 징역 1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가습기살균제 사태를 일으킨 데 대한 진지한 반성이 없는 상태에서 이들의 범행이 계획적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가습기살균제로 야기된 심각한 피해, 사회적 충격 등을 고려할 때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와 유통 과정에서 사실관계와 책임소재가 증명돼야 하고 그에 따라 엄중한 제재가 이뤄져야 했다"며 "피고인들이 은닉한 자료들은 관련자료들로서 가습기살균제 출시 경위에 관한 사실관계, 애경산업 임직원들의 책임범위 등을 밝히는 데 필수적 자료들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가습기살균제와 관련된 실체적 진실 규명에 일정 부분 지장이 초래됐음은 부인할 수 없다"며 "피고인들의 행위는 소비자들이 겪은 고통을 외면한 채 비난과 책임을 회피하려는 이기적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항소심 진행과정에서 해당 범행주체는 각 개인이라기보다 회사법인이라고 법리오해와 양형부당을 호소한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애경산업이 양벌규정에 따른 책임의 주체가 되는 것은 맞지만 그런 경우에도 이 사건의 증거인멸·은닉 행위는 독립된 범행주체로서 개인들이 한 것일 뿐"이라며 "표시·광고의공정화에관한법률 위반 범행에 대한 증거를 인멸·은닉하기 위한 애경산업 자체의 행위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가습기살균제 판매에 대한 사법상 권리의무가 애경에 귀속되는 것과 별개로 원료의 유해성과 제품 안전성 점검을 게을리해 소비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책임은 애경이 아니라 실제 제조·판매에 관여한 경영진과 담당자들이 부담하는 것"이라며 "업무상과실치사상죄와 마찬가지로, 책임주체가 애경이라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애경산업은 가습기살균제 사태 당시 다국적기업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 뉴(New)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인 '가습기 메이트'의 판매사였다.

앞서 고 전 대표 등은 지난 2016년 검찰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을 꾸려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선 이후 애경산업과 산하 연구소 등 직원들의 PC·노트북 등에서 관련자료를 삭제하고 폐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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