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From China, Here" 숨가쁜 인천 검역현장

중국발 여객기 승객, 하루 평균 2만여명
중국발 여객기 승객 '전수조사'…별도 검역대 이용
공항 검역관 96명, 4개팀이 주·야 근무…검역관 1명이 승객 200여명 검역하는 셈
28일부터 공항 내 선별진료소 5곳 운영
격리시설 상주 의료진 없어…"30일 군 인력 지원받으면 상주 가능할 것"

(사진=연합뉴스)
"From China, Here(중국에서 오신 분들, 여기요)"

중국발 여객기에서 승객들이 내리자 검역관이 이들을 검역대 2곳으로 불러 모은다. '우한폐렴'이 기승을 부리자 인천국제공항은 질병관리본부의 지침에 따라 28일 0시부터 중국발 여객기 승객 전수검사에 나섰다.

29일 오전 취재진이 찾은 인천국제공항 서편 통로 검역대. 공항 이용객과 직원들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10시 40분 중국 텐진 출발 비행기를 타고 온 승객 99명이 속속 공항에 도착했다. 승무원을 포함한 탑승자 중 80명이 중국인이었다. 한국인 21명, 다른 국가 외국인 7명도 있었다.

하루 평균 중국발 여객기는 120여편, 입국자는 2만여명이다. 우한발 여객기는 지난 23일자로 운항이 종료됐지만, '중국발' 여객기 승객 전원이 검역 대상이기 때문에 현장은 어느 때보다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전날인 28일 중국에서 온 승객은 평소(2만6000명)보다 감소한 1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공항 검역관은 96명으로 4개 팀이 주야 근무를 한다. 검역관 1명이 승객 200여명을 검역하는 셈이다.

국립인천항공검역소 김한숙 과장은 "우한 직항만 검역했을 때는 게이트 검역이 가능했지만 중국 전체에서 온 승객들을 검역하다보니 게이트마다 검역관들이 있을 수 없다"며 "반드시 검역대를 들렀다 갈 수 있도록 브릿지 환승 통로는 모두 막은 상태"라고 말했다.

공항 검역대는 1터미널과 2터미널에 각각 4개씩 총 8개 있다. 이날 서편 통로 검역대 3곳 중 2곳이 중국발 여객기 승객 전용으로 쓰였다.

검역대는 2단계로 나뉜다. 먼저 1차 검역대. 검역관들은 중국발 여객기 승객들을 지정된 검역대로 불러 세운 뒤, 작성한 건강상태질문서를 수거한다. 전날 승객들에게 받은 건강상태질문서는 약 1만 8000개. 여객기에서 건강상태질문서를 작성하도록 돼 있지만 쓰지 않은 승객들도 여럿 보였다. 작성하지 않은 승객들은 검역대 입구쪽에 비치된 질문서를 써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검역대에 설치된 열감지 카메라가 승객들의 상태를 확인한다. 검역관은 승객에게 "아픈 곳 없으시냐"고 물으며 목과 이마에 체온계를 대고 (비접촉) 체온을 측정했다. 이날 중국 텐진에 거주한 한국인 여학생 A씨는 근육통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씨처럼 열 등의 증상이 확인되면 검역대 뒤편에 있는 2차 검역대에서 공보의가 심층 역학조사를 한다. 역학조사 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승객을 데리고 선별진료소로 이동한다. 다만 후베이성에서 온 승객은 선별진료소가 아닌 국가지정병상으로 옮겨진다. 한국인은 주거지 근처의 병원, 중국인은 인천 병원으로 이송된다.

A씨는 공보의와 상담한 뒤 선택진료소로 옮겨졌다. 간호장교가 접촉 체온을 재고 중국 어느 지역에 머물렀는지, 후베이성을 다녀온 적 있는지, 증상은 어떤지 등을 학생에게 물었다.

학생은 "이틀 전부터 열이 있었다, 기침은 안 하지만 뼈마다 아프다"며 "21일 전에 독감에 걸렸었다"고 대답했다. 군의관은 상담 끝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근육통은 코로나바이러스의 한 증상이지만, 계단에 올라가거나 당뇨가 있어도 느낄 수 있다"는 게 판단 근거였다. 군의관은 "이 증상만으로 선별하기엔 충분하지 않다, 혹시 열이 난다면 1339로 연락하라"며 학생에게 안내문과 체온계 등이 들어있는 키트를 건넸다.

이 같은 선별진료소는 인천공항에 모두 5개 있다. 하루 전인 28일 설치됐다. 24시간 가동되지만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군의 지원을 받아 현재 군의관 2명, 간호장교 2명이 근무하고 있다.

전날 진료소를 방문한 환자 6명은 모두 한국인으로 확인됐다. 선별진료소에서는 방문자들을 상담한 뒤 인플루엔자 검사를 한다. 인플루엔자로 판정나면 안내하고 돌려보내지만, 다른 증상이 의심되면 승객들과 마주치지 않는 통로를 통해 이들을 국립인천공항검역소 격리시설로 옮긴다.

격리시설에는 원격진료실 1개와 환자 수용이 가능한 49개실 등 모두 50개실이 있다. 개인 사정으로 자가격리가 어렵거나 국내에 거주지가 없는 중국인들이 이용 대상이다.

현재 격리시설 대기 시간은 약 48시간. 관계자는 "신속진단키트가 들어오면 6시간으로 (시간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상주 의료진이 없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관계자는 "30일 군 인력을 지원받으면 상주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항은 '1차 방어선'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질병관리본부 또한 '1단계 검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상희 국립인천항공검역소장은 "첫 번째 확진 환자를 격리 병상으로 이송하는 데 현장 검역관의 판단이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첫 번째 환자는 체온 38도를 보여 2차 검역대에서 역학조사를 했지만, 환자 본인은 폐렴이 없다며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장 검역관의 판단에 따라 격리병상으로 이송했고, 그뒤 환자는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질병관리본부는 29일 브리핑에서 "200명 이상의 검역관이 추가 투입된 상태"라며 "항공사 측과 공항관리공단, 국토부에 협조를 요청했다, 협력해 검역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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