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앞 골목길에 미세먼지 마스크가 상자 채 쌓인 채 팔리고 있다. 고객들은 모두 중국인 관광객들.
이들은 골목길을 메운 채 마스크 5개들이 봉지를 몇 개씩 집어들었다. 일부 중국인들은 환전한 한국돈이 동나자 '중국 인민폐도 받느냐'고 물으며 마스크를 쓸어 담았다.
좀 더 큰 거래는 약국 안쪽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이른바 '박스떼기' 거래다.
"378만원 결제 맞나요?"
"네 맞습니다"
마스크 378만원 어치는 2000장이 넘는다.
약사는 중국인 '큰손'들이 내미는 결제 QR코드를 찍느라 분주했고, 또다른 약국 관계자는 도매상에 물량공급을 부탁하는 전화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저번에 부탁했던 물량은 가능하죠? 뭐라구요? 1000원으로 올랐다구요? 할 수 없죠. 그거라도 주세요"
약국 앞에는 중국인 관광객들과 함께 온 한국인 가이드가 또다른 박스떼기 거래를 제안하고 있었다.
설 명절이 끝나가자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산 마스크를 싹쓸이해 귀국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 여의도 63빌딩 인근 동네 약국도 중국인들의 마스크 쇼핑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 약국 관계자는 "마스크가 거의 품절 상태"라며 "63빌딩을 방문한 중국인들이 마스크를 많이 사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나마 중국인들이 잘 찾지 않는 지역의 동네 약국들은 아직까지는 마스크를 사는데는 어려움이 없다.
서울 목동의 한 약국은 "마스크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밝혔고 여의도의 또다른 약국 역시 "겨울철 미세먼지 대비용 마스크 재고분이 많아 판매에는 아직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의심환자와 확진환자가 증가하고 있고 중국 현지 사정이 SNS를 통해 전파되면서 '우한 폐렴'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만큼 마스크 판매가 폭증하고 있다.
위메프가 설 연휴 기간인 24일부터 27일까지 KF94 마스크 판매를 분석한 결과, 전주에 비해 30배 증가했고 CU도 지난 20일부터 27일까지 마스크 판매가 전달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마스크 판매가 폭증하면서 마스크 제조업체에도 부하가 걸리기 시작했다. 여러 업체의 마스크를 OEM생산하고 있는 수도권의 한 마스크 생산업체는 "현재 재고분이 없다"고 밝혔다.
업체 관계자는 "워낙 주문 요청이 많아 지금 당장 출고할 수 있는 물량이 없다"며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손세정제 역시 판매가 폭증하고 있다.. 일부 약국에서는 이미 품절됐다. 손세정제 판매업체 관계자는 "설 연휴 전보다 손세정제 구매를 문의하는 전화가 크게 늘었다"며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