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과 협업한 글로벌 현대미술 전시 프로젝트 '커넥트, BTS'(CONNECT, BTS)에 참여한 유일한 한국 출신 작가인 강이연 작가가 2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꺼낸 말이다.
'커넥트, BTS'는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미국 뉴욕, 그리고 한국 서울에서 전 세계 5개국 22여 명의 현대미술 작가들이 약 3개월에 걸쳐 펼치는 프로젝트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은 '다양성에 대한 긍정', '연결', '소통' 등 방탄소년단이 강조해온 철학과 메시지를 지지하며 이를 현대미술 언어로 확장한 작품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선보인다.
강이연 작가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되는 한국 전시에서 '비욘드 더 씬'(Beyond the Scene)으로 관객과 만난다. 7명의 퍼포머가 방탄소년단의 파워풀한 퍼포먼스에서 영감을 받아 재해석한 움직임을 프로젝션 매핑 기법을 통해 전시 공간 전체에 투사하는 작품으로 전 세계적으로 문화, 사회, 경제적인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방탄소년단과 팬클럽 '아미'(ARMY)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 BTS 팬이 아니었어요. 그렇다 보니 연구와 공부를 많이 해야 했죠. 그 과정에서 주목했던 건 언어가 통하지 않는, 주로 한국말로 노래하는 밴드가 큰 성공을 거뒀다는 점이었고, 그러한 점에서 있어 논의가 되는 '아미'에 초점을 두고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최대한의 자유가 보장된 만큼 표면적으로 방탄소년단과 연관이 전혀 없어 보이는 작품이 대다수인데 강이연 작가의 '비욘드 더 씬'은 방탄소년단과의 연결고리가 가장 끈끈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런던에 거주 중인 강이연 작가는 현지에서 다양한 인종과 연령대의 '아미'들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며 영감을 떠올렸고, 그 결과물을 자신의 작품에 녹여냈다.
"방탄소년단이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파장을 일으키는 현상에 주목하고 싶어 런던에 있는 '아미'들과 만났는데 인터뷰를 하면서 뭉클한 순간이 많았어요. 아트가 하지 못하는 것들을 BTS가 하고 있더라고요. BTS가 그들의 삶의 영향을 미치고, 그들을 변화시키는 걸 목격하면서 저 역시 이번 작업에 대한 애착이 커졌고 그런 과정을 통해 잡은 콘셉트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기자회견장의 열기가 대단했어요. 미술관에서 보기 힘든 어마어마한 매체들과 관계자들의 취재를 왔었거든요. 특히나 저를 뭉클하게 만든 건 화상으로 연결된 BTS에게 모든 사람들이 '땡큐'(Thank you)라고 말하는 모습이었어요. 한국인이라서인지 그 모습을 보며 뭉클함과 짜릿함이 느껴지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5개 도시와 기관, 그리고 수많은 작가들이 연결되었을 수 있었던 것은 BTS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BTS가 아닌 다른 그룹이었다면 이 프로젝트는 진행될 수 없었을 거예요"
"일방적이고 단편적인 컬래버레이션이 아니었어요. 기획자와 작가들이 수평적인 선상에서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며 작업을 펼쳤죠. 컬래버레이션을 하다 보면 서로의 입장들이 충돌하는 경우가 많고, 가끔은 그런 과정이 작가들에게 폭력적으로 다가오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단 한 번도 그런 경우가 없었어요. 그렇기에 'BTS와 이런 이런 협업을 했습니다'라고 정해진 답변을 드릴 수는 없지만 전 세계 작가들이 자유가 보장된 채 BTS라는 '비욘드 더 씬' 현상을 다룬 이번 프로젝트를 새로운 관점에서 관람하신다면 재미있는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