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김경희 등장은 후견 정치 종식, 김정은 홀로서기 선포"

"장성택 숙청은 김경희 발기, 김정은 주도 가능성"
"고모부 처형을 김경희에게 떠넘기는 묘수이자 꼼수"
"김정은의 최대 고민, 北 밀레니얼 세대를 어떻게 관리?"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26일 "이번 김경희의 등장을 통해 (볼 때) 장성택 일당의 숙청은 김경희가 발기하고 주도는 김정은이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김경희 등장은 후견정치 종식, 김정은 홀로 서기 선포"라는 제목의 글에서 "2013년 12월까지만 해도 김정은과 북한 간부들을 이어주는 인전대는 김경희와 장성택였는데, 이 2명을 동시에 친다는 것은 김정은에게도 엄청난 정치적 도박"이라며, "장성택 숙청은 김경희의 발기나 묵인, 혹은 적극적인 지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김정은이 김경희를 자택연금 시켰다면 김경희 라인도 다 물갈이 했겠는데, 장성택 라인이 다 숙청될 때 김경희 라인은 승진 일로를 걷는다"며, "(이후 출세 가도를 달린) 최룡해, 박봉주, 조연준, 안정수, 리수용, 김평해, 태종수, 김형준 등이 대표적인 김경희 라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태 전공사는 "지난 6년간 김경희가 김정은 뒤에서 최고위급들을 관리하고 막후 후견인 역할을 해 왔다고 가정하면 김경희를 갑자기 등장시킨 원인은 김경희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추정했다.

"김경희가 갑자기 죽는다면 김정은은 영원히 고모를 독살했다는 누명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러니 빨리 북한 사회에 고모의 건재함을 보여주어 실제 고모부를 처형한 장본인은 자신이 아니라 고모의 결심이였으며 자신은 고모의 결심을 이행했을 뿐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의 장기집권에서 오명으로 남아있을 '김경희 독살설'을 털어 버리고 고모부 처형 책임을 고모에게 넘기는 김정은다운 '묘수'이고 '꼼수'"라면서, "(김경희 입장에서도)자기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그 책임을 지고 저승으로 가고 조카에게는 좋은 이미지만 남겨놓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고모와 조카는 이번 김경희의 등장을 통해 장성택을 철저히 인간 패륜아로 몰고 김씨 일가의 정통성을 세우는데 역할 분담을 했고 향후 김정은의 이미지를 관리하는데도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라고 해석했다.

태 전 공사는 다만 "김경희는 북한에서 '혁명의 2세대,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꼰대, 수구세력, 이념파, 강경파에 속한다"며, "앞으로 꼰대, 수구세력이 빠지고 김경희의 입김도 빠지면 김정은, 김여정 등 김씨 일가 3대가 독자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게 될 것이며 이렇게 되면 정책에서 탄력성과 동시에 혼란도 동시에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향후 김정은의 고민은 생리적 변화로 들어설 소장파, 실용파와 북한의 밀레니얼 세대를 어떻게 관리하는가"이라며, "세대교체를 통해 무엇인가 새롭게 해보려는 시도들이 생기고 개혁이 진행되는 와중에 통제력을 잃으면 체제전환으로 넘어갔다는 것이 역사"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끝으로 "수구와 이념은 퇴직하고 실용을 중시하는 소장파가 점차 권력을 잡는 것은 막을수 없는 생리적인 변화"라면서, "김정은의 강경정치의 한계점이 다가 오고 있다. 우리는 북한의 소장파가 좌쪽 신호등을 켜고 경적은 요란하게 울리면서 실지로는 우측으로 핸들을 서서히 돌리지 않는지 눈여겨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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