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대표는 즉답을 회피하며,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전 의원으로선 28일 당내 의원들과의 회동 전까지 손 대표에게 확답하라는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한 셈이다.
안 전 의원과 손 대표는 오후 국회에서 만나 배석자 없이 두 사람만 약 50분가량 대화를 나눴다.
비공개 대화에 앞서 공개된 모두 발언에서 손 대표는 "본가인 바른미래당 방문을 환영한다"며 "안 전 대표가 강조한 실용중도정당은 손학규가 지향해오고 실천해온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바른미래당이 세대교체의 선봉에 서도록 하자"면서도 이른바 '안철수 현상'을 언급하며, "그간 대선과 서울시장 선거다 해서 안 전 대표에 대한 이런(기대) 것이 좀 줄어든 것도 있긴 하다"고 했다.
손 대표로선 안 전 의원의 세(勢)가 국민의당 돌풍을 일으켰던 2016년과는 다르다는 것을 은근히 암시하며, 견제구를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두 사람은 대화를 마친 뒤 나란히 서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일부에서는 여전히 보수통합이 거론된다"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지금 거의 한 100번 정도 얘기하는 것 같다"며 가능성을 일축한 뒤 "4년 전에도 계속적으로 수백 번 질문 받은 것이 야권이 통합하지 않으면 여당에 유리하다고 말들을 했다"며 "그런데 4년이 지났는데 왜 이렇게 달라진 것이 없느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안 전 의원이 언급한 4년 전의 여당은 새누리당이다. 현재 야권 통합의 필요성이 언급되며 견제 요구가 나오는 여당은 더불어민주당이다.
손 대표는 안 전 의원이 제안한 것을 비교적 담담하게 자세히 털어 놓았다.
그는 "지도체제 개편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그 대안으로 비상대책위 구성, 그러면 비대위 구성을 누가 할 것이냐? 자기(안철수)한테 맡겨주면 열심히 하겠다"는 안 전 의원의 발언을 소개하며 "내일 모임할 때까지 답을 달라, 그것이 마지막에 나왔다"고 했다.
사실상 안 전 의원이 손 대표에게 사퇴할 것을 촉구하며, 비대위 구성을 제안했다는 말과 같다. 비대위원장도 안 전 의원 자신이 맡겠다는 얘기다.
손 대표는 "비대위원장을 누가 한다는 얘기냐고 했더니 '자기한테 맡겨주면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안 전 의원의 제안에 대해 "검토하겠다"면서도 "방안이 유승민계와 얘기하는 것이 다른 것이 없다"며 "왜 지도체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것인지,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지, 왜 자기가 해야 한다는 것인지"라고 되물었다. 사실상 수용할 의사가 없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바른미래당 안팎에선 안 전 의원이 보수통합 혹은 신당 창당 가능성보다 바른미래당의 당권을 접수해 리모델링하는 방안을 선택한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손 대표가 비례대표 의원들을 제명하지 않을 경우 안 전 의원이 신당을 창당해도 원내 의석이 1석(권은희)에 불과해 총선을 기호 10번으로 치러햐 할 가능성이 크다. 보수통합 가능성은 안 전 의원이 자신이 부정했다.
때문에 안 전 의원과 손 대표가 줄다리기 협상을 통해 바른미래당의 당권, 공천권과 관련된 모종의 협상안을 도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안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손 대표는 당권을 내려놓지 않고 시간을 끌 가능성이 크다"면서 "최대한 속전속결로 끝낼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28일 회동에는 안 전 의원 측 비례대표 의원뿐 아니라, 김동철‧박주선‧김관영 등 그간 손 대표를 지탱해준 호남계 의원들이 참석할 예정이어서 두 사람 중 누구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