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를 비롯한 7개 주요 계열사가 이달 말까지 이사회를 거쳐 준법감시위 설립과 운영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기로 하면서다.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을 점검해 양형에 반영할 수 있다고 하면서 심리 속도와 위원회 활동의 시간표가 맞물릴지 여부가 주목된다.
다음 달 14일 파기환송심의 다섯 번째 기일이 예정된 가운데, 삼성 준법감시위가 총수 비리 문제로 접근할 시기와 방식 등이 관건이다.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인 김지형 전 대법관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부회장 사건과 관련해 "제일 풀어가야 할 근본적인 숙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제도가 부족해서인지, 지금의 제도에도 허점이 있어서인지 깊이 따져봐야겠지만 그런 사실이 발생했다는 것에 집중해서 들여다보겠다"고 사안을 다룰 것을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다만 "준법감시위는 설치 이후 사안을 중심으로 다룰 거라는 걸 기본원칙으로 하겠다"고 했다.
미래를 관리하겠다는 위원회의 계획과 과거를 단죄하는 사법적 판단 사이 괴리가 적지 않을 수 있어 보인다.
법관들 가운데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시민사회와 국회의원들까지 나서 '법경유착'을 지적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재판부의 점검과 별개로 준법감시위 스스로 활동에 대한 평가를 단기간에 할 수 있을지도 물음표가 달리는 부분이다.
특히 내부 정보 접근권에 대해 김지형 위원장은 "그런 고민을 저도 개인적으로 똑같이 하고 있다"고 했다.
유일하게 삼성 측 위원인 이인용 사장은 설 직전 인사를 통해 대외 업무를 담당하는 CR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역할론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과 위원회의 가교가 될 것으로 보였던 그에게 삼성 나름대로 힘을 실었다는 메시지가 담긴 인사로 해석되고 있어서다.
김지형 위원장은 이인용 사장에 대해 "삼성전자 백혈병 등 질환 관련 조정위원회에서 처음 만나 이런저런 실랑이를 많이 한 인연이 있다"면서도 "삼성의 아무런 관여 없이 제가 지정해 위원회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