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형 가수에서 뮤지컬 기대주로…'웃는 남자' 이석훈의 도전

[인터뷰] 뮤지컬 '웃는 남자' 그윈플렌 역 이석훈

뮤지컬 '웃는 남자' 그윈플렌 역 배우 이석훈 (사진=c9 엔터테인먼트 제공)
"프로는 성장하는 모습을 무대에서 보여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과정을 연습하는 것은 이미 끝냈어야 하는 거고, 지금부터는 그윈플렌으로 관객분들을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완성돼 있어야 합니다."

뮤지컬 '웃는 남자'에서 주인공인 그윈플렌 역으로 출연 중인 이석훈은 캐릭터의 특성을 잘 살린 폭발적인 매력을 작품 속에서 오롯이 드러낸다.

그는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 사이에서 '연기력이 너무 좋아 깜짝 놀랐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작품에 몰입해 강렬한 캐릭터를 표현해냈다.

아직은 대중에게 가수로 더 익숙하긴 하지만 '킹키부츠'와 '광화문연가'에 이어 이번 '웃는 남자'까지 세 번째 뮤지컬 무대를 통해 배우로서의 자신의 노력과 재능을 당당히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작품에 대한 열정도 남다르다. 동료들 사이에서는 이미 '연습벌레'로 불릴 정도로 엄청난 연습량을 소화하며 이 같은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뮤지컬 '웃는 남자' 그윈플렌 역 배우 이석훈 (사진=c9 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서울 종로구 명륜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석훈은 "'웃는 남자'의 주인공 역으로 저를 캐스팅하셨다는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 저 자신의 만족과 진짜 그윈플렌 모습을 보여줘야만 하기 때문에 연습은 안 할 수가 없었다"라며 "이 작품 연습 들어간 날로부터 공연을 올리기까지 하루도 쉰 적이 없고, 쉬면 안 되는 것 같았고, 계속 연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9일 개막한 뮤지컬 '웃는 남자'는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Victor Hugo)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웃는 남자'는 신분 차별이 극심했던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끔찍한 괴물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순수한 마음을 가진 그윈플렌의 여정을 따라 정의와 인간성이 무너진 세태를 비판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가치에 대해 조명한다.

작품은 이렇든 그윈플렌의 서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윈플렌은 광대의 장난기 많은 모습과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애정 어린 모습, 그리고 분노에 찬 광기의 모습까지 다채로운 모습을 그려내야 하는 배역이다. 이 같은 모습을 통해 관객들은 극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받고 더불어 진한 희열의 감정까지 느낄 수 있다.

"제가 뮤지컬을 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바로 '전달'이에요. 믿고 보는 배우가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극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느냐 없느냐인 것 같아요. 그래서 극을 끌어가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고 작업하고 있어요."

뮤지컬 '웃는 남자' 그윈플렌 역 배우 이석훈 (사진=c9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석훈은 이 같은 전달을 위해 완벽하게 그윈플렌으로 분했다. 체중 감량을 통한 외향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내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과 연구로 완벽한 그윈플렌을 구현해내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외형 자체를 바꾸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어요. 불쌍하다면 불쌍하고 행복했지만 호화스럽진 못했던 삶이었기 때문에 말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4~5kg 정도 살을 뺐어요. 또 세상을 바꾸려고 했기 때문에 어리숙한 면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나라면, 그윈플렌이라면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내 의견을 무시해 버리는 귀족들한테 화가 나더라고요. 그런 것들이 쌓이다 보니까 나중에는 긴장도 안 하고 화가 나 있는 상태가 됐어요. 그러다 보니 맨 마지막 장면이 되게 자연스럽게 나오더라고요."

이석훈은 이어 "거울에 비치는 내가 점점 그윈플렌의 모습으로 바뀌고 있을 때 너무 행복하다"면서 "저는 극한을 넘기고 넘겼을 때의 성과를 즐기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그의 열정은 극에 제대로 표현돼 강렬한 그윈플렌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감성 발라더로 갖고 있던 그의 이미지는 '웃는 남자'를 통해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관객들이 호평을 내놓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뮤지컬 '웃는 남자' 그윈플렌 역 배우 이석훈 (사진=c9 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로서 뮤지컬 배우로 변신해 계속 성장해 나가는 그는 자신에 대한 만족의 기준이 높아 철저히 자신을 몰아붙인다. 앞서 언급한 '연습벌레' 역시 이러한 자신의 성격에 기인해 만들어졌다.

이석훈은 "스스로 성격이 자기를 혹독하게 대하는 사람"이라며 "설정해 놓은 기준이 굉장히 높고 남들이 잘한다고 하는 것보다 내가 만족해야 한다"고 자신을 표현했다.

그는 만족의 기준이 높은 만큼, 관객과 주변의 호평에도 자신을 채찍질해 더욱 성장해 나가길 원한다. 이 때문에 그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새로운 고민도 생겼다.

"소리에 대한 고민이 굉장히 많아요. '내가 이 정도 연기를 했을 때 사람들이 어느 정도 받아들일까'라는 감이 아직은 없어요. 호흡을 더 줘야 하는데 덜 주거나 하는 것들이 있어서 연구하고 피드백을 받고 물어보고 있어요. 뮤지컬이 가요랑 다른 점은 바로 발성과 소리에요. 가요는 정답이 존재하지 않지만, 뮤지컬은 다르다는 것을 이번 작품 하면서 뼈저리게 느꼈어요. 그래서 소리와 발성에 관한 공부를 많이 하고 있어요."

이날 인터뷰에서 그는 뜻밖의 부분에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춤이나 안무, 이런 건 걱정이 없었다"라며 "몸치가 아닌 건 잘 알아서, 하면 어느 정도 되겠구나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아내의 도움도 컸다. 이석훈의 아내는 국립발레단에서 활동했던 발레리나 최선아 씨다.

"춤을 출 때 더 미친 조커처럼 하고 싶었는데 그게 안 되더라고요. 처음에 '왜 안 되지?' 하는데 아내가 '턴 하는 것도 이상하고 오빠가 이상하게 하네'라면서 알려주고 도움을 받았어요.(웃음)"

뮤지컬 '웃는 남자' 그윈플렌 역 배우 이석훈 (사진=c9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석훈은 '웃는 남자'를 통해 '완성형 가수'에서 눈여겨봐야 할 '신인 뮤지컬 배우'로의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특히 '신인상'에 대한 욕심이 있다고 한다. 과거 SG워너비로 데뷔했을 때는 중간에 합류해 신인상을 받을 기회조차 없었던 신인이었기 때문에, 뮤지컬 계에서 신인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에 대한 갈망이 크다.

"신인상을 받을 만한 사람이 됐을 때 받고 싶어요. 작품이 좋거나 관객이 많이 와서 받는 것은 용납이 안 되고 제가 받을 만한 사람이 됐다고 생각했을 때 받으면 펑펑 울 것 같아요. 저 스스로가 인정하는 선은 내가 이제 '뮤지컬 배우다' 명칭을 쓸 때에요. '가수 이석훈입니다'는 쉽게 얘기할 수 있는데, '뮤지컬 배우 이석훈입니다'는 아직 조금 입안에 머금고 얘기하거든요."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의 성장과 함께하는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듬뿍 드러냈다.

"뮤지컬이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분들한테 첫 뮤지컬로 굉장히 좋은 작품인 것 같아요. 무대, 영상, 조명 등 한국 최고라고 감히 제가 말해보겠습니다. 제가 하는 공연이지만 리허설 보는데 숨이 멎을 정도로 놀랍고 내가 이 작품을 한다는 사실이 너무 자랑스럽거든요. 제 실력도 가감 없이 드러나는 작품이니까 공연장에 많이 찾아와주세요. 특히 관심 가는 캐스팅으로 보시면 좋겠는데 제 공연은 자리가 있으니까 와 주시면 정제되지 않은 그윈플렌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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