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특수통' 물러나고… 秋 강조한 '형사부' 들어오고

1‧23 고검검사‧평검사급 인사…특수통 자리 채운 '형사부'
'靑선거개입' 신봉수‧'조국 일가' 송경호‧고형곤 모두 지방行
중앙지검 차장 자리에 '우수 형사부장' 출신 대거 등용
'우병우 직권남용'수사한 이근수, '이춘재 사건' 담당 전준철도 주목

(사진=연합뉴스)
23일 중간간부‧평검사 인사에서 현 정권 수사를 이끌던 일선검찰청 중간 간부들이 대거 교체됐다.

특히 검찰 내 대표 '특수통'이자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불려왔던 간부들이 물러난 자리를 지방과 한직에 물러나 있거나 그간 주목받지 못한 '형사부' 출신들이 채우게 된 것이 1‧23 검찰인사의 주목할 점으로 꼽힌다.

우선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정권을 겨눈 수사팀 간부의 대거 좌천이다.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을 지휘한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는 평택지청장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혹 수사를 이끈 송경호 3차장검사는 여주지청장으로 물러나게 됐다. 나머지 신자용 1차장, 한석리 4차장도 각각 부산동부지청장과 대구서부지청장으로 발령 났다.

송 차장 산하에서 직접 조 전 장관 수사를 맡은 고형곤 반부패수사2부장도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상갓집 항명 사건' 당사자인 양석조 대검 선임연구관도 대전 고검으로 사실상 좌천됐다.

이들은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이다. 신·송 두 차장과 양 선임연구관은 모두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일 때 특수1·2·3부장으로 일하며 지난 박근혜‧이명박 정권을 향한 이른바 '적폐수사'를 이끈 바 있다.

이들은 최근에는 추미애 법무부가 지난 8일 지명한 신임 고위 간부들과 충돌을 빚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송경호 차장은 지난 16일 간부 회의에서 새로 부임한 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에게 헌법정신을 강조한 윤 총장의 취임사를 언급하며 직접수사 축소개편안에 반대하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개편안은 이 신임지검장이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재직하면서 주도해 만든 것으로 알려진 만큼 송 차장이 현 정권의 특수부 등 직접수사 축소에 노골적으로 반기를 든 것이라는 해석이 법조계에서 뒤따랐다.

이틀 뒤에는 양 선임연구관이 한 대검의 검사 장인상 빈소에서 이 지검장과 함께 부임한 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게 "조국이 왜 무혐의인지 설명해봐라", "당신이 검사냐"는 등 거칠게 항의하는 '상갓집 항명 사태'도 벌어졌다.

이를 두고 다가오는 중간간부 인사를 앞두고 사실상 좌천이 예고된 윤석열 호 '특수통' 검사들의 반발이라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이들이 물러난 자리는 검찰 내에서도 비교적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검사들이 대거 약진해 채우게 됐다.

방위사업감독관으로 파견됐던 이근수 부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 2차장을, 신성식 부산지검 1차장이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각각 맡게 됐다. 대검 신임연구관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 2부장은 김도균 충주지청 지청장과 전준철 수원지검 형사6부장이 각각 보임됐다.

이 부장은 과학기술범죄수사부(구 첨단범죄수사2부) 부장검사 당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해 기소한 바 있다. 이후 수원지검을 거쳐 방위사업감독관으로 파견됐다가 이번에 인사에서 복귀했다.

전남 순천 출신인 신 차장은 울산지검, 광주지검 순천지청, 중앙지검 등을 두루 역임했다. 특히 서울동부지검 형사2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상반기 우수 형사부장'으로 선정되는 등 형사부에서 우수한 성과를 인정받은 바 있다.

신임 반부패2부장을 맡게 될 전준철 수원지검 형사6부장은 최근 재조명된 '이춘재 화성연쇄살인사건'조사를 담당했다.

이밖에 서울중앙지검의 1‧4차장 자리에 임명된 이정현 서울서부지검 차장과 김욱준 순천지청장은 2017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우수 형사부장'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같은 대폭 물갈이 인사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그간 현 정권을 조준한 '특수통'이 대폭 물러나고 그 자리에 비교적 그간 조명받지 못한 형사부 출신들이 채우게 됐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법무부 또한, 이번 인사를 발표하며 "우수 형사부장 등 형사부 및 공판부에서 묵묵히 기본 업무를 출실히 수행한 검사 등을 적극 발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번에 새로 임명된 중앙지검 간부들은 검찰 내부에서도 잘 안 알려진 인물들이 많은데 이성윤 지검장의 의견이 많이 반영됐을 것이다"면서 "이번 특징은 현 정부가 강조했듯 특수통을 대폭 축소한 '특수통 물갈이'로 보이며 민생수사를 담당하는 형사부 출신들을 많이 기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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