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한국시간)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2019-2020 미국프로농구(NBA)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와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경기에서는 깊은 인상을 남긴 선수들이 유독 많았다.
뉴올리언스의 '괴물 신인' 자이언 윌리엄슨의 NBA 데뷔전으로 관심을 끌었지만 이날 승패를 결정지은 주인공은 바로 샌안토니오의 간판 빅맨 라마커스 알드리지였다.
알드리지는 양팀 선수 중 최다인 32득점 1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경기 내내 영리했다. 골밑에서 버티는 수비를 잘하는 데릭 페이버스를 상대로는 외곽에서 자신의 장점인 중거리슛 능력을 활용했다. 파워가 약하고 경험이 부족한 신인 빅맨 잭슨 헤이즈가 막을 때는 집요하게 안쪽으로 파고들어 다양한 득점 기회를 만들어냈다.
샌안토니오는 풍부한 경험과 강력한 벤치를 앞세워 차분하게 원정경기를 치렀다. 1쿼터를 31대24로 마친 후 뉴올리언스가 추격할 때마다 침착하게 대응했다. 그런데 유일하게 흔들린 시간이 있었다.
바로 자이언 윌리엄슨이 코트를 지배한 시간이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무릎 부상을 당해 시즌 45번째 경기 만에 데뷔전을 치른 2019년 신인드래프트 1순위 지명자 자이언 윌리엄슨은 주전으로 나섰지만 3쿼터까지 12분 출전에 그쳤다.
앨빈 젠트리 감독은 매쿼터 그의 출전시간을 4분 정도로 조정했다. 부상에서 막 돌아온 유망주를 무리하게 기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4쿼터에서는 선수 기용법이 달랐다. 그를 쉽게 뺄 수 없었다. 워낙 기세가 뜨거웠기 때문이다.
자이언 윌리엄슨은 팀이 91대99로 뒤진 4쿼터 초반 정면에서 3점슛을 넣었다. 이때 샌안토니오는 지역방어를 섰고 외곽슛이 장점은 아닌 윌리엄슨에 대한 압박을 강하게 하지 않았다.
다음 공격에서 자이언 윌리엄슨은 론조 볼의 절묘한 패스를 받아 앨리웁 득점을 터뜨렸다. 그리고 또 한번 3점슛을 터뜨렸다. 이어 골밑 공격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야콥 퍼틀의 블록슛에 막혔지만 빠른 움직임으로 공을 되찾아 골밑 득점을 해냈다.
자이언 윌리엄슨의 쇼는 계속 됐다. 이후 두번의 공격권에서 연거푸 3점슛을 터뜨렸다. 뉴올리언스는 약 3분동안 17득점을 몰아넣은 신인의 놀라운 활약에 힘입어 107대106으로 스코어를 뒤집었다.
스퍼스의 저력도 대단했다. 자이언 윌리엄슨의 원맨쇼가 펼쳐지는 과정에서도 데릭 화이트가 꾸준히 득점을 올려 맞섰다. 하지만 상대 기세를 꺾지 못하고 끝내 역전을 허용했다.
자이언 윌리엄슨은 폭풍같았던 4쿼터 17득점 활약을 끝으로 벤치로 물러났다. 젠트리 감독은 선수 보호 차원에서 더이상 그를 기용하지 않았다. 그는 18분동안 22득점 7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올렸다. 야투 11개 중 8개를 넣었고 3점슛 4개를 시도해 모두 넣었다. 실책은 5개를 기록했다.
자이언 윌리엄슨은 지난 시즌 듀크 대학 시절 때도 한경기 4개 이상의 3점슛을 넣은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3점슛이 아예 없는 선수는 아니다. 대학 때 코트 정면과 왼쪽 45도 지역에서는 35.7%의 준수한 3점슛 성공률을 보였다. 전반적으로 슛이 약한 것은 사실이나 샌안토니오가 너무 얕봤다.
자이언 윌리엄슨은 1경기 만에 많은 기록을 세웠다. 데뷔전 22득점은 뉴올리언스 역대 신인 중 최다득점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앤서니 데이비스의 21득점이다. 윌리엄슨은 포스트 데이비스 시대를 준비하는 뉴올리언스의 새로운 기둥으로 주목받는 선수다.
또 그는 24초 공격제한시간이 도입된 1950년대 중반 이후 데뷔전에서 20분 미만의 시간을 뛰고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선수로 역사에 기록됐다.
하지만 뉴올리언스는 자이언 윌리엄슨의 놀라운 4쿼터 활약에도 팀 승리를 차지하지는 못했다.
샌안토니오는 뉴올리언스의 맹렬한 추격을 뿌리치고 121대117로 승리했다. 자이언 윌리엄슨이 벤치로 물러난 이후 빠르게 냉정함을 되찾았다. 총 20득점을 올린 더마 드로잔
과 알드리지가 고비 때마다 득점을 만들었고 팀 수비력의 안정감도 막판 살아났다.
데릭 화이트는 이날 경기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또 한명의 스타였다. 벤치 멤버로 출전해 27분동안 12득점 7어시스트 4리바운드로 활약했다. 특히 수비에서 높은 공헌도를 보이며 최근 상승세를 그대로 이어갔다.
반면, 안 좋은 의미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선수도 있었다. 바로 뉴올리언스의 브랜든 잉그램이었다. 올시즌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날은 야투 22개 중 6개 성공에 그쳤다. 22득점을 올렸지만 4쿼터 막판 거듭된 야투 난조로 기회를 이어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