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올해 남녀 단식에서 한국 선수의 도전은 막을 내렸다. 현재 한국 선수 중 세계 랭킹이 가장 높은 권순우(87위·CJ 후원)과 한나래(179위·인천시청)가 1회전을 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호주오픈 주니어 챔피언십에서 한국 테니스의 자존심을 걸고 출전하는 여자 유망주가 있다. 바로 한국 선수 최연소 국제테니스연맹(ITF) 국제주니어대회 우승 기록을 세운 박소현(18·CJ제일제당 후원)이다.
박소현은 ITF 주니어 랭킹 51위로 호주오픈 출전권을 얻었다. 33위 백다연(18·NH농협은행 후원), 48위 구연우(17·CJ제일제당 후원)과 함께 나선다. 테니스 명문 중앙여중·여고 동문들인데 박소현과 구연우는 고교를 중퇴하고 테니스에 올인을 선언한 상황이다.
이들 중 박소현은 2018년부터 3년 연속 출전이다. 주니어 신분으로는 마지막 호주오픈이라 각오가 남다르다. 지난 21일 호주 출국을 앞두고 만난 박소현은 "2018년은 1회전, 지난해는 2회전에 진출했는데 올해는 마지막 주니어 출전인 만큼 3회전 이상 우승을 목표로 한다"고 다부진 출사표를 던졌다.
박소현은 여자 유망주 3인방 중 가장 먼저 두각을 드러냈다. 2015 호치민 ITF 주니어 서키트(Grade5)에서 한국 선수 최연소 국제대회 우승 기록(만 13세23일)을 세웠다.
2018년 ITF 이덕희배 춘천 국제주니어대회, 지난해 ITF 퍼스트 샤인 유럽 슈퍼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는 꿈에 그리던 윔블던에 출전해 주니어 단식 1회전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고교 중퇴 이후 최근 랭킹이 다소 떨어졌지만 박소현은 호주오픈을 계기로 반등을 노린다. 박소현은 최근 성남시청과 계약해 소속팀도 생겨 안정적인 발판도 마련했다. 박소현은 "마지막 호주오픈 주니어 출전인 만큼 더 열심히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침체된 한국 여자 테니스 부활을 이끌 재목으로 기대를 모은다. 남자 선수 중에는 정현과 권순우 등이 최근 각광을 받지만 여자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졌다. 한국중고테니스연맹에 따르면 주니어 메이저 대회에서 여자 선수 3명이 동시에 출전한 것은 지난 20년 동안 올해가 처음이다.
박소현은 "왜 여자 정현, 권순우가 나오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이제 프로로 전향해서 배우는 단계라 내가 판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더 많이 운동하고 필요한 것을 찾아서 늦더라도 천천히 꾸준히 유지하고 올라갈 생각"이라고 답했다. 이어 "어떤 부분에서 외국 선수, 또 남녀 선수의 차이가 나는지 숙제를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7살 때 박소현은 선수 출신 아버지가 지도하는 선수를 보고 반해 테니스에 입문했다. 중앙여고 선배 곽미령인데 박소현은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나도 저렇게 되고 싶어 부모님을 졸랐다"고 말했다.
165cm, 다소 작은 키지만 박소현은 "빠르게 치는 스타일로 상대 타이밍을 뺏으며 리드하는 공격형"이라고 자신의 장점을 꼽는다. 롤모델도 자신과 비슷한 체격의 시모나 할렙(루마니아). 지난해 윔블던 우승을 차지한 할렙에 대해 박소현은 "스타일은 다르지만 작은 체구에도 1등하는 모습이 멋있다"면서 "또 항상 연구하는 자세로 코트 커버도 밀리지 않는 능력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향후 박소현은 시니어 세계 랭킹 톱5라는 높은 목표를 세우고 있다. 박소현은 "전에는 톱10이 목표였는데 더 높였다"면서 "올해는 일단 한국 선수 중 언니들보다 앞으로 가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어 "외국 선수들에 비해 체격과 힘에서 밀리지만 테니스는 정신력이 더 반영된다"면서 "실력에서 엄청 밀리지는 않으니 정신력으로 보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소현은 선수 생활의 목표로 "포기하지 않는 선수, 나만의 스타일로 게임 능력치가 높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과연 박소현이 기대주 3인방 중 여자 정현, 권순우로 올라설지 지켜볼 일이다. 호주오픈 주니어 챔피언십 대진은 24일 결정되는 가운데 25일 열전에 돌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