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당과 동시에 혁통위는 해산
중도·보수 통합 추진체인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는 22일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시민사회단체 등 각계에서 참여 중인 통합 작업을 이달 안에 얼추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발표된 로드맵에 따르면 혁통위는 이달 30일까지 그간의 활동과 성과를 모두 취합해 점검할 예정이다. 여기서 정리된 논의사항은 31일 '1차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공개한다.
이어 다음 달 초에는 통합신당 창당준비위원회를 구성한 뒤 같은 달 중순까지 신당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혁통위는 그 즉시 해산할 방침이다.
다만 창당 후 4·15 총선 전까지는 당 지도부를 공식 선출하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일단 선거대책위원회 중심으로 당 운영과 선거 대비를 이어가기로 했다.
박형준 위원장은 기자들을 만나 "총선 전까지는 공식 지도부를 구성하는 전당대회를 열기 어렵다"며 "선거대책위원회 중심으로 당을 운영해 모든 역량을 승리를 위해 투입하겠다"고 했다.
◇ 원희룡 "융합 역할에 최선 다하겠다"
리더십 구성 방식으로는 일단 '집단지도체제'가 거론되고 있다. 이는 한국당 황교안 대표,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 등이 공동선대위원장을 나란히 맡는 체제로 보통 해석된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통합 논의에 참여 중인 모든 집단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합의에 이르기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모처럼 중앙정치 무대를 찾은 원희룡 제주지사 역할론도 함께 오르내린다.
원 지사는 이날 국회에서 황 대표를 만나 "야권의 잠재적 리더들이 '1인 정당'으로 지금처럼 역할 없이 기회를 보는 형태가 아니라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며 "저 자신도 모든 걸 내려놓고 융합하는 역할, 그리고 새로운 야당이 영역을 확장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통합신당의 지도체제 관련 입장을 기자가 묻자 "창당준비위원회에서 구체적으로 의논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집단지도체제 성격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황 대표가 더한 것도 내려놓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는 현재 무소속이다. 지방선거 이후 도정에 집중하겠다며 중앙 정치에 선을 그어왔다. 그러다 전날 박형준 위원장이 직접 제주도를 찾아 신당 참여를 호소하자 합류할 뜻을 밝혔고 이날은 혁통위 회의에도 참석했다.
신당 공관위는 한국당 김형오 위원장이 계속 맡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혁통위 박 위원장은 "큰 이견이 없다"고 힘을 실었다. 새보수 측에서도 현재까지 김 위원장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발이 없는 상태다.
한국당도 자체적인 로드맵을 짜는 등 흐름에 발맞추는 모습이다. 한국당이 계획하는 일정은 다음 달 1~2일 공천 심사를 받고 같은 달 중순에 신당을 창당한다는 것으로, 혁통위 로드맵과 궤를 같이한다.
특히 친이(친이명박)계로 분류되는 김 위원장 선임에 이어 이날 발표된 공관위원에 비박계 김세연 의원이 포함됐다는 점도 통합을 염두에 둔 인사가 아니냐는 평가를 받는다.
김 의원은 새보수당 유승민 의원이 바른정당에서 대선을 치를 때 당 사무총장을 역임했었다. 지난해에는 불출마 선언과 함께 "당을 해체하는 수준의 쇄신"을 요구해 파란을 일으켰었다.
이런 가운데 황교안 대표는 이날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대통령과 1대1 영수회담을 제안하고 총선 압승 시 제왕적 대통령제를 막을 수 있는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자신의 격을 문재인 대통령 수준으로 끌어올려 통합 구도에서 유 의원과 동등하게 맞춰지는 것을 피해 주도권을 쥐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유 의원 역시 "통합을 넓게 생각하면 (합당이 아니라) 후보 단일화나 선거연대도 옵션으로 들어간다. 그런 것을 포함해 협의하겠다"며 주도권 경쟁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