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분기 0.4%에 머물렀던 실질 성장률이 4분기에 상승한 것은 정부 투자가 크게 증가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정부부문 지출의 성장기여도는 3분기 0.2% 포인트에서 4분기에 1.0% 포인트로 확대됐다. 반면 민간 부문의 성장기여도는 4분기에 0.2% 포인트로 3분기와 같았다.
한국은행 박양수 경제통계국장은 22일 "정부 투자가 생활밀착형 SOC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정부 부문의 성장기여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의 이월 및 불용예산, 최소한의 노력으로 재정집행이 늘어나면서 4분기에 정부 성장기여도가 확대됐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에서 정부기여도는 1.5%포인트, 민간기여도는 0.5%포인트였다. 성장의 75%를 재정이 책임을 진 것이다.
정부 투자가 확대되지 않았다면 작년 실질 GDP 성장률은 1%대로 추락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국내 경제상황이 좋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난해 실질 GDP 성장률 2.0%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미친 2009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경제 성장세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우리나라는 2~3%대의 낮은 성장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는 지난해 보다 경제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중 무역 분쟁이 완화된 데다 반도체 수출이 올해 회복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와 관련해 "미중 간 무역협상 1단계 합의와 반도체 경기회복 전망이 국내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 반도체 수출은 1월 들어 20일까지 수출이 8.7% 증가했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는 올해 반도체 시장 매출이 5.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4분기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를 중심으로 설비투자가 1.5% 증가한 것도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를 낳고 있다.
하지만 전체 수출이 뚜렷한 증가세로 돌아서지 않는 한 경기반등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수출은 전년보다 10.3% 감소하며 10년 만에 두 자릿수의 하락세를 보였다. 올들어서도 승용차, 무선통신기기 등의 부진으로 지난 20일까지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0.2% 줄었다.
민간 투자 확대를 기반으로 수출이 확대돼야 성장률을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역 분쟁 등 대외여건도 아직 안심하기에 이르다. 글로벌 무역전쟁이 또다시 부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2.4%로 제시했다. 국제통화기금은 2.2%,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은 2.3%를 예상했다.
이들 기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여전히 한은이 추정하는 잠재성장률 2.5~2.6%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만일 대외여건 악화 등으로 수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경기회복은 그만큼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수출금융 240조5천억원을 공급하는 등 총력지원을 통해 올해 반드시 수출반등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