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의 꽃 금정국장 자리 꿰찬 유재수, 확인된 금품 수수액만 천만원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유 전 국장은 업체 관계자로부터 호화 골프텔을 10회 이상 무상으로 지원 받았고, 아내에게 선물할 골프채를 업체 관계자로부터 받았다. 또 여러 업체로부터 운전기사가 딸린 고급 차량을 지원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감찰반 조사에서 유 전 국장은 가족들의 항공권 구매 비용과 해외 체류비 대납 등에 대해선 부인했지만, 결국 소명을 하지 못했다. 펀드 운용사 선정 등 이권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사실 확인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감찰반은 봤다.
그러나 유 전 국장은 참여정부 시절의 인맥을 총동원해 구명운동을 요청했다. 유 전 국장은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김경수 경남도지사, 천경득 청와대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 등에게 "참여정부 청와대 근무 경력 때문에 보수 정권에서 제대로 된 보직을 받지 못하고 있다가 이제야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이 되었는데 갑자기 감찰을 받게 돼 억울하다"면서 "국장 자리를 계속 유지해 달라"고 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유 전 국장은 특별감찰반의 가족 항공권 구매 자금원, 해외 체류 및 유학비 자금원 등과 관련한 자료 제출 및 소명 요구에 대해 차일피일 미루며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급기야는 돌연 병가를 내고 금융위에도 출근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유 전 국장의 SOS를 받은 친문 실세들은 '유재수 구하기'에 적극 나섰다는게 검찰의 판단이다. 윤 전 실장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한 사람으로 나와도 가까운 관계"라고 말했고, 김 지사는 "참여정부 시절 우리와 함께 고생한 사람이다. 감찰을 받고 있는데 억울하다고 하니 잘 봐달라"는 취지로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에게 말했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적시했다.
천 선임행정관도 감찰반에 "참여정부에서도 근무한 유 전 국장을 왜 감찰하느냐. 청와대가 금융권을 잡고 나가려면 유 전 국장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감찰이 부당하다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조 전 장관은 이러한 친문 실세들의 '유재수 구하기'를 받아들였다. 추가 감찰이나 수사의뢰 필요성을 주장하는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에게 유 전 국장의 '사직 처리'라는 명분을 내세워 감찰을 중단시켰다고 검찰은 밝혔다.
조 전 장관은 감찰 중단에 이어 비위 내용에 대한 공유도 유 전 국장의 소속인 금융위에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백 전 비서관을 통해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에게 연락해 '유 전 국장의 비위에 대해 청와대 감찰이 있었는데 대부분 클리어 되었고 일부 개인적 사소한 문제만 있으니 인사에 참고하라'는 취지만 전달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금융위는 최상위 지휘 감독기관인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2017년 12월 14일 유 전 국장을 '무보직 본부 대기'로 발령했다.
유 전 국장은 병가 상태에서 이같은 인사 발령을 받고 금융위 측에 해외 파견 등 공무원직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보직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이듬해 초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 보직이 생기자 이곳에 인사 희망을 요청했다.
금융위는 특별감찰반 감찰까지 받았던 유 전 국장의 추천에 부담을 느껴 다시 한 번 백 전 비서관에 확인했고 백 전 비서관은 "민정은 이견이 없다"고 통보했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특히, 유 전 국장은 금융위로부터 아무런 감찰과 징계를 받지 않고 형사고발도 당하지 않은 채 명예퇴직 절차를 거쳐 명예퇴직금 1억 2441만 8800원을 수령했다.
금융위 공무원이 준수해야 할 행동기준을 규정하고 있는 '금융위 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르면 직접적 직무관련자로부터 금품을 받는 경우에는 그 금액이 100만원 미만이라 하더라도 능동적 수수 유형이면 정직, 강등, 해임, 파면 등의 중징계에 처한다.
또 금융위 직무관련범죄 고발 세부기준에 따르면 직무와 관련해 100만원 이상의 금품 및 향응을 수수하고 위법 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에는 수사기관에 고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