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부모가 현재 국회의원으로 있는 지역에서 그다음 임기에 바로 그 자녀가 같은 정당의 공천을 받아 출마하는 건 국민 정서상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지도부에서 나온 첫 공개비판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거치며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던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그동안 당내에선 문 부위원장의 출마를 놓고 당에 대한 문 의장의 기여를 고려해 경선에 붙여줘야 한다는 의견과 공정성 시비를 우려해 공천을 주면 안 된다는 의견이 팽팽했다.
민주당은 17일 경기 의정부갑 등 현역 의원 불출마 지역 등 총 15곳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정했다. 다만 전략지역이어도 이미 지역위원장 등 여러 예비후보들이 경선을 준비 중인 경우엔 당에서도 경선을 치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날 김 의원의 공개 비판에 대해 한 최고위원은 "잘했다고 본다"며 "공정성을 추구하는 우리 당 입장으로 볼 때도 '아빠 찬스'처럼 비치는 공천은 좀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PK(부산·울산·경남) 등 민주당 세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곳에서 조 전 장관의 자녀 문제로 고전하고 있는데, 아버지 지역구를 물려받는 듯한 모양새를 연출해서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이다.
수도권 민심에도 영향을 준다면 해당 지역구 뿐아니라 인접 지역까지 악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19대 총선에서 민주당 전신인 민주통합당은 'B급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김용민씨를 공천했다가 낭패를 본 일이 있다.
민주당 경선은 권리당원 50%, 일반 여론조사 50%로 후보가 결정된다. 때문에 문 의장이 6선째 지낸 경기 의정부갑에서 지역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문 위원장의 조직력이 강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반면 문 부위원장을 향한 동정론과 원칙론도 만만찮다.
또 다른 최고위원은 "여론이 안 좋으니 전략적으로 생각할 부분이 있지만 우리가 (출마)하라, 하지 마라는 사실 곤란한 얘기"라며 "세습받은 다른 사람들도 다 심의해야 하는데, (문 부위원장만 불출마 시키는 건) 공평하지 못한 처사"라고 밝혔다.
20대 현역 국회의원 중만 따져 봐도 국회의원 아버지를 둔 지역구 의원은 10명, 비례대표는 3명이다.
문 부위원장이 '세습 공천'이라며 더 큰 비판을 받는 건 '직행 출마'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을 제외하면 아버지의 은퇴와 동시에 자식이 지역구에 출마하는 일은 드물다.
문 의장의 옆 지역구 의원인 우리공화당 홍문종 의원도 아버지 홍우준 전 의원(11·12대)의 지역구를 15대 총선 때 물려받았다. 김세연 한국당 의원도 아버지 김진재 전 의원(13·14·15·16대)의 지역구를 18대 때 물려받아 당선됐다.
문 부위원장은 세습 논란에 대해 자신의 저서 '그 집 아들' 북 콘서트에서 "나이 50이 돼서 아버지 뜻으로 (정치를) 하는 것 같이 말하면 섭섭하다"며 "저도 혼자 서려고 하고 있다"고 세습 공천에 대해 에둘러 입장을 밝혔다.
문 의장은 민주화운동을 하다 여러 번 투옥되면서 아들의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지 못했고, 이후 자신의 전력이 아들의 사회생활에도 영향을 미친 데 대한 미안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직행 출마 외에도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문 의장의 역할도 한국당 등 야당엔 공격 소재가 될 수 있다.
이른바 4+1 협의체(민주·정의·바른미래·민주평화·대안신당)에서 만든 정치·사법개혁 법안들을 문 의장이 상정한 덕분에 처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 특임교수는 "민주당 입장에서 젊은층 지지율이 빠진 건 조국 사태에서 비롯된 공정성 사태 때문 아니냐"며 "문 부위원장은 정치적 금수저인데, 어떻게 설명할 거냐. 아버지가 정계 은퇴하자마자 '바톤 터치'하듯 물려받는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