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무혐의' 의견 반부패부장, 공소장과 '시각차'

심재철 반부패부장, 최근 대검 회의에서 '조국 무혐의' 주장
양석조 선임연구관, 18일 장례식장서 "왜 무혐의냐" 반발
일각 "법원도 '법치주의 후퇴' 지적…수사팀, '무혐의' 불가"
추미애 "'상갓집 추태'…공직 기강 바로 설 수 있도록 노력"

검찰청 (사진=자료사진)
이른바 '상갓집 충돌'을 계기로 대검찰청 고위 간부가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에 연루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무혐의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공소장과 큰 '시각차'를 보여 이목을 끌고 있다.

심재철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검사장급)은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의혹과 관련해 조 전 장관을 "무혐의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정은 수사 지휘라인에 있는 양석조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이 지난 18일 대검 소속 중간 간부의 가족 장례식장에서 직속상관인 심 부장에게 "왜 무혐의냐"고 항의하면서 드러났다.

하지만 20일 공개된 조 전 장관의 공소장을 살펴보면 무혐의로 처리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지난 17일 조 전 장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당시 검찰은 "조 전 장관이 특감반 관계자의 감찰 활동을 방해하고, 금융위원회 관계자의 감찰 및 인사 권한을 침해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민정수석으로 근무하던 조 전 장관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과정에서 중대 비위 혐의를 확인하고도 위법하게 감찰 중단을 지시하고 후속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비롯해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등 이른바 '친문(親文)' 인사들이 유 전 부시장 구명 운동에 나섰다고 파악했다.

김 지사는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에게 수차례 연락해 "유 전 부시장은 참여정부 시절 우리와 함께 고생한 사람이다. 지금 감찰 받고 있는데 억울하다고 하니 잘 봐 달라"는 취지로 부탁했다.


이에 백 전 비서관은 감찰 진행 상황을 파악한 후 유 전 부시장에게 직접 "국장 자리를 계속 수행하는 것은 어렵다"는 답을 주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 전 실장은 백 전 비서관에게 "유 전 부시장은 참여정부 시절 행정관으로 근무한 사람으로 나와도 가까운 관계"라는 취지로 언급했다.

천경득 선임행정관도 "참여정부에서도 근무한 유 전 부시장을 왜 감찰하느냐, 청와대가 금융권을 잡고 나가려면 유 전 부시장과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유 전 부시장 본인이나 다른 사람을 통해 '사직' 의사를 확인한 사실이나 '사직시키겠다'는 방침을 세운 사실이 없음에도 '사직 처리'를 내세워 감찰을 중단 시킨 것으로 봤다.

또한 조 전 장관은 금융위 측에 유 전 부시장의 구체적인 비위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채 '유재수 국장 비위에 대해 청와대의 감찰이 있었는데, 대부분 클리어됐고 일부 개인적인 사소한 문제만 있으니 인사에 참고하라'라고 전했다.

공소장에 비춰보면 수사팀과 심 부장의 '시각차'가 상당한 셈이다.

이에 대해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원이 조 전 장관 구속영장을 발부하지는 않았지만, 법치주의를 후퇴시킨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며 "심 부장이 무슨 근거로 무혐의 처리 주장을 했는지 모르지만, 공소장 내용을 토대로 보면 수사팀으로서는 무혐의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권덕진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 전 장관에 대해 "혐의는 소명되지만, 현시점에서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특히 "조 전 장관이 직권을 남용해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한 결과 우리 사회 법치주의를 후퇴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가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한 사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법원은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지만, 혐의가 소명됐다고 밝힌 점 등을 볼 때 사안의 중대성을 인정, 검찰 수사에 힘을 실어줬다는 반응이 나왔다.

논란이 불거지자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이번 사태를 '상갓집 추태'로 규정하며 "검찰의 잘못된 조직 문화를 바꾸고 공직기강이 바로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입장을 듣기 위해 심 부장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듣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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