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는 말이 없다'…변명 일삼던 고유정에 '사형' 구형

검찰 "극단적 인명 경시·계획 살인…재판부에 결단 촉구"
변호인 "사실조회 문건 안 왔다"…결심, 다음 달 10일 예정

피고인 고유정. (사진=자료사진)
'살아 있어야 억울한 일을 면한다. 피해자가 죽어버리면 오직 살아 있는 자의 말만 남아 죽음은 각색될 수 있다.'

20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정봉기)의 심리로 열린 고유정 사건 11차 공판에서 이환후 공판검사가 사형을 구형하며 언급한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의 '골든아워'에 나온 구절이다.

10차례에 걸친 재판에서 전남편과 의붓아들 살해 혐의를 받는 고유정(37‧구속)이 반성의 모습 없이 오히려 변명으로 일관하며 피해자를 모욕하는 모습을 빗댄 표현이다.

고 씨는 재판 내내 전남편 살해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성폭행 시도에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하는가 하면, 의붓아들 살해사건에 대해선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했다.

이환후 검사는 전남편 사건에 대해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한 피고인이 말도 안 되는 변명을 일삼고, 고인을 모욕하는 것을 끝까지 듣고 참는 현실이야말로 우리가 처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변호인 측이 재판 초기 "사건과 관련해 편향된 수사와 여론의 질타 속에서 억울한 진실이 가려졌다"고 말한 부분을 되받아친 말이다.

이환후 검사는 고 씨의 일련의 범행을 "극단적 인명 경시 태도에 기인한 계획 살인"으로 규정하고, 재판부에 사형을 구형했다.

고 씨가 전남편 사건에 대해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고, 의붓아들 살해 혐의를 부인하더라도 증거들이 가리키는 것은 "아빠(현 남편) 옆에서 아들을 살해하고, 아들 앞에서 아빠(전남편)를 살해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환후 검사는 "전남편을 계획적으로 죽이지 않았다고 하는데, 피해자에게서 졸피뎀(수면제 성분)이 검출되고,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한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의붓아들 사건에 대해서도 "기계적 압착에 의한 질식사라는 고의로 살해됐다는 사실 자체가 스모킹건 (결정적 증거)이다. 특히 고 씨는 당일 밤 새벽까지 깨어있었고, 현 남편에게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고 설명했다.

이환후 검사는 "사형 선고 요건은 엄격하고, 정상적으로 집행 못 하는 현실도 안다. 하지만 피고인에 대해 형사적 비난 가능성을 일부라도 감경하는 것은 책임주의와 정의 관념에 부합하지 아니하므로 법정 최고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 재판부에 결단을 고한다"고 밝혔다.

검찰의 '사형' 구형 직후 방청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6월 1일 긴급체포 당시 고유정 모습. (사진=자료사진)
한편 이날 재판은 검찰 측 최종 의견 진술과 변호인 최종 변론, 피고인 최후 진술로 진행되는 결심 공판이 열릴 예정이었다.

그런데 변호인 측이 기일을 늦춰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며 검찰 측 최종 의견 진술만 이뤄졌다.

변호인 측은 "피고인이 수면제를 피해자에게 먹인 사실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사실 조회를 요청했으나 아직 문건이 도착하지 않았다"며 재판 연기 신청을 했다.

재판의 주요 쟁점인 수면제 검출 여부를 두고 국과수 감정서 검토가 결심 전에 필요하다고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지난 재판에서 국과수, 대검찰청 증인을 불러 관련 쟁점을 심리했다. 재판 일정이 다 잡혀 있는데, 갑자기 다시 연기 신청을 하는 이유가 뭔가"라고 일갈했다.

이 문제로 5분간 휴정 끝에 결국 재판부와 변호인 측은 다음 공판까지 사실조회 문건이 도착하지 않더라도 변호인 최종 변론과 피고인 최후 진술을 진행하기로 하면서 결심 공판을 미뤘다.

결심 공판은 다음 달 10일 오후 2시부터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진행된다. 다음 달 중순쯤에는 1심 재판부의 선고가 이뤄질 전망이다.

고 씨는 지난해 5월 25일 저녁 제주시 한 펜션에서 전남편(36)을 흉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지난해 3월 2일 새벽에는 충북 청주시 자택 침실에서 엎드려 자는 의붓아들(5)의 뒤통수를 강하게 눌러 숨지게 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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