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모 '성폭행 의혹' 사건서 '성인지 감수성' 부각될까

'진술 신빙성' 쟁점 된 안희정 사건서 적용된 법리
물적증거 안 나와…피해자 '구체적·일관적 진술' 관건

가수 김건모(52)씨의 성폭행 피소사건에서 혐의를 뒷받침할 뚜렷한 물적 증거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과거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 당시 화두가 된 '성인지(性認知) 감수성'이 이번 사건에서도 핵심 요소로 작용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성인지 감수성이란 성별 간 불균형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갖춰 일상생활에서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해 내는 민감성을 말한다. 법조계에서는 성범죄 사건 등을 다룰 때 피해자가 처한 특수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을 뜻한다.

1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 강남경찰서는 고소인 A씨가 주장한 2016년 성폭행 사건 당시 김씨의 동선을 추적하고자 차량을 압수수색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내역을 확보했다.

분석결과, 김씨는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는 주점을 평소에도 자주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같은 GPS 내역이 성폭행 의혹을 풀어줄 직접적인 증거가 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경찰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성폭행을 당했다는 A씨의 진술도 매우 구체적이고 일관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 주변 참고인 조사를 비롯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기 위한 추가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나 뚜렷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면 결국 A씨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가 될 가능성도 있다.

여성청소년 사건을 담당하는 한 경찰관은 "성범죄는 특성상 보통 증거가 많지 않다"며 "피해자 진술만으로 기소하면 형사소송법 원칙에는 맞지 않지만, 성범죄 사건에서는 법이 여성을 더 보호하려는 데 가치를 두고 있어 진술에 일관성과 신빙성이 있으면 그것만으로 기소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안희정 전 지사의 수행비서 성폭행 사건에서도 직접증거가 없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인정 여부가 수사와 재판의 핵심 쟁점이 됐고, 모든 과정에서 성인지 감수성이 중요 판단요소로 작용했다.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을 따질 뿐 아니라 다소 모순이 있더라도 피해자의 사정을 최대한 헤아려 신빙성을 판단하는 것, 정형화한 '성폭력 피해자다움'을 요구하지 않는 것, 가해자의 사회적 지위가 행위에 미친 영향을 폭넓게 판단하는 것 등 성인지 감수성 원칙이 여러 부분에서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A씨가 사건 직후 주변에 괴로움을 호소하는 등 정황증거가 있고 김씨를 굳이 무고할 이유가 없음이 입증된다면 진술 신빙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법률사무소 '진실'의 박진실 대표변호사는 "피해자가 당시 누군가에게 이 일을 하소연한 정황이 있고, 피의자와 원한 관계 등이 아니어서 거짓말할 이유가 없으며 진술이 일관되면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김씨가 그 술집에 자주 드나들었다면 피해자가 말하는 수년 전 사건 날짜가 다소 틀리거나 당시 김씨가 입었던 옷이 다르다고 해도 그렇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안희정 전 지사 관련 판례가 있기는 하나 성인지 감수성이 여전히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개념인 탓에 이후에도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해석이 사안별로 다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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