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나는 IT산업? 첨단기업의 디지털 막노동 실태"

일/휴식, 취업/실업의 경계 녹아내리는 시대
인공지능 학습 위한 데이터, 사람이 직접 입력
아동학대, IS영상 등 유해물 선별하는 노동자
야간에 데이터센터 서버 관리하는 인력도 많아
저임금, 장시간노동, 정신적 피해에 노출돼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등 IT기업 모두 활용
"사람 귀한 줄 모른다, 희망이 없다"는 분위기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8:20~19:55)
■ 방송일 : 2020년 1월 17일 (금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최미랑, 심윤지 (경향신문 기자)


◇ 정관용> 디지털 막노동이라고 하는 단어 혹시 들어보셨습니까? 포털사이트, SNS 사이트들 심야시간, 새벽시간 가릴 것 없이 접속들 하시잖아요. 바로 그 늦은 시간에도 그 사이트의 운영을 위해서 실시간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어요. 이른바 디지털 막노동의 하나죠. 실태를 취재한 경향신문의 최미랑 기자, 심윤지 기자. 두 분을 오늘 스튜디오에 초대했습니다. 두 분 어서 오세요.

◆ 최미랑> 반갑습니다.

◆ 심윤지> 반갑습니다.

◇ 정관용> 이게 경향신문에 녹아내리는 노동이라고 하는 기획 중의 하나로 들어간 거죠, 이게?

◆ 심윤지> 맞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여기 주목하게 된 무슨 배경, 계기가 있어요?

◆ 심윤지> 그러니까 노동이 녹아내린다라는 표현을 쉽게 말씀을 드리면 경계가 좀 무너져내리고 있다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아요.

◇ 정관용> 경계가 없다?

◆ 심윤지> 예전에 산업사회 때는 어떻게 보면 한 직장에서 나인 투 식스로 일을 하면서 고용관계를 맺는 노동자들이 표준이었으면 이제 IT 기술이 발전하면서 또 일하는 시간이나 장소의 제약이 이제 사라지게 되고 일과 쉼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내가 노동자인지 자영업자인지 모호해지고, 또 이제 한 개인으로 봤을 때는 취업과 실업의 경계도 모호해지게 돼요. 그래서 이직을 준비하다가 잠깐 쉬는 시간에 플랫폼 노동을 한다 그러면 이분은 어쨌든 일을 하고 돈을 벌고 계시지만 사실 실업 상태로 잡히거든요. 이런 식으로 기존 노동자 분류에 해당하지 않는 애매한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상을 저희는 이제 녹아내린다, 노동이 녹아내린다라고 표현을 했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그중에 우리들 귓속에 들어오는 건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배달 노동자들, 라이더들, 그 얘기는 우리 이 방송에서도 여러 차례 전해 드렸어요. 그다음 플랫폼 노동자. 예를 들면 대리기사라든지 이런 분들, 얘기도 전했고요. 지금 디지털 막노동이라는 건 뭐예요?

◆ 심윤지> 제가 만난 분 중에 크라우드웍스라는 플랫폼을 이용해서 이제 야구하는 중학생 자녀를 기르는 어머니를 한번 만났어요. 그래서 크라우드웍스는 쉽게 말하면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학습 데이터를 만드는 회사예요.

◇ 정관용> 잠깐만요.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 심윤지>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이게 디지털 막노동하고 관계가 있는데 쉽게 말하면 인공지능한테 이게 개야, 이게 고양이야 이렇게 구분을 시키고 싶으면 이게 개다, 이게 고양이다. 아니면 이게 둘 다 아니다 이런 데이터들을 계속 입력을 시켜줘야 되거든요. 그래야 이제 기계가 학습을 하는데 그런데 이게 굉장히 단순 작업이에요. 그래서 이제 건당 몇십 원에서 몇백 원 정도를 받는 일이고 제가 만난 어머니 같은 경우는 이 일을 해서 한 1년에 2~3000만 원 정도를 벌고 아침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일을 하신다고 하더라고요.

◇ 정관용> 아침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 심윤지> 새벽 1시까지.

◇ 정관용> 그런데 1년에 2~3000만 원?

◆ 심윤지> 그 정도를 버시는 거죠.

◇ 정관용> 1년에?

◆ 심윤지> 1년에. 그분들이 생각하셨을 때는 일반 사무직에서 일을 하셨을 때는 월에 140, 150 이렇게 받으셨는데 어쨌든 그렇게 일하면 한 직장에서 있으니까 아이가 갑자기 학교에 간다거나 하면 시간을 낼 수가 없잖아요. 그것보다는 차라리 내가 조금 더 일을 집에서 좀 일을 하더라도 내 시간을 비교적 자유롭게 운영을 할 수 있고 내가 열심히 일하면 돈을 많이 받을 수 있으니까.

◇ 정관용> 그러니까 그분은 집에서 계속 일해요?

◆ 심윤지> 네.

◇ 정관용> 정확히 잘 이해가 안 되는데. 인공지능한테 데이터를 입력하는 일이라는 게 어떻게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옆에서 봤을 거 아니에요.

◆ 심윤지> 봤죠. 그게 제가 이제, 그분은 이제 한국어 OCR이랑 작업을 주로 하셨는데요. 그러니까 그게 저희 왜 해외에 나가면 이렇게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영어로 된 메뉴판 한글로 자동으로 번역해 주는 애플리케이션이 있잖아요. 그분은 이제 사진에 있는 글자를 하나하나 뭐 이렇게 인공지능, 시대 이렇게 입력을 해 주는 일을 하시고.

◇ 정관용> 사진에 찍힌 글자들을 입력하는 일.

◆ 심윤지> 그게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가 방대한데요. 그중에 그분은 한국어 OCR이라는 작업을 주로 하시는 분이었고.

◇ 정관용> 그럼 하루 종일 뭔가 타이핑을 한다 이거군요?

◆ 심윤지> 그렇죠. 다양합니다. 음성 녹음을 이제 전사를 해 주는 일을 하시기도 하고 손톱 영역을 이렇게 찍는 일. 그러면 사진을 찍었을 때 네일아트가 자동으로 이렇게 뜬다거나 되게 다양한 학습 데이터가 있는데 그분은 한국어 OCR을 주로 하시는 분이었습니다.

◇ 정관용> 또, 또 어떤 게 있어요? 직접 만난 노동자 중에서.

◆ 최미랑> 이제 우리가 쉽게 생각할 때 인공지능이 발달하고 자동화가 되면 사람이 하는 일이 줄어들 것 같지 않습니까? 그런데 방금 심윤지 기자가 소개한 사례처럼.

◇ 정관용> 인공지능한테 공부시켜주는 노동자.

◆ 최미랑> 그렇습니다. 많은 일들이 실제로는 사람들의 노동력을 여전히 필요로 하고 또 대부분 단순노동이다 보니까 임금이 높지는 않은 그런 일들이었는데요. 그중에 또 저희가 포털 검색을 했을 때 유해한 정보를 안 볼 수 있는 것은 왜일까 하는 궁금증이 한번쯤은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대부분은 사실 소위 인공지능이라고 하는 자동 프로그램이 걸러냅니다. 최소 90% 이상은 걸러진다. 더 높게는 98%까지도 얘기는 하고 있어요. 하지만 하루 종일 진짜 24시간 이용자들이 올리는 글부터 글, 댓글, 각종 게시물, 이미지.

◇ 정관용> 사진, 동영상.

◆ 최미랑> 매우 방대한데 이 중에서 어떤 것들은 반드시 사람이 보게 되어 있다는 겁니다. 인공지능이 이것을 걸러내는 것이 완벽하지도 않을 뿐더러 예를 들어 어린이와 어른이 나오는 영상인데 이것이 지금 어린이와 즐겁게 놀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학대인가 하는 기준을 인공지능이 다 가려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서요.

지난해 12월 1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산업박람회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 페스티벌 2020'에서 스마트 팩토리 관련 기기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정관용> 그러니까 인공지능이 가려내지 못하면서 왠지 의심은 가는, 이런 카테고리를 따로 분류까지 하는군요?

◆ 최미랑> 인공지능이 1차로 선제적으로 본 다음에 판단하지 못한 것을 (사람이) 판단하기도 하고 또는 인공지능이 걸러내지 못해서 노출이 되었는데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좀 애매한 경우. 이것도 사람이 직접 판별을 해 줘야 한다고 해요. 또 특징적인 것은 이분들의 판단이 다시금 이 프로그램을 학습시키는 데 이용이 되는 겁니다, 재료로서.

◇ 정관용> 그렇겠죠.

◆ 최미랑> 그래서 끊임없이 누군가는 이 노동을 해야 하고.

◇ 정관용> 그런 분들이 많겠네요.

◆ 최미랑> 또 중요한 것은 저희 기사는 주로 포털을, 국내 포털을 들여다봤는데요. 우리는 국내뿐만 아니라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을 고용을 하고 있어요.

◇ 정관용> 있어야겠죠.

◆ 최미랑> 그런데 원체 험한 것들을 보는 분들이 많다 보니까 해외에서 이 문제들을 먼저 연구한 학자들은 이분들이 하는 일을 디지털 청소노동 이렇게도 표현을 하고요. 실제로 필리핀에서는 자살 충동을 많이 겪는. 예를 들어서 IS 같은 집단의 참혹한 어떤 현장을 걸러내는 일을 했다든가 이런 유해 영상을 본 사람들이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보도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 정관용> 대부분 비정규직인가요?

◆ 최미랑> 국내 포털 같은 경우에는 자회사에 이분들을 다소 정규직으로 고용을 하고 계세요.

◇ 정관용> 자회사 형식으로.

◆ 최미랑> 페이스북 같은 경우는 저희가 페이스북 코리아에 문의를 했더니 이 일을 하시는 분이 전 세계적으로 한 3만 5000명 정도 있다고 알려왔거든요.

◆ 심윤지> 작년에 유튜브 같은 경우는 (만 명을) 추가로 고용했다고 발표를 하기도 했는데 정확한 인력이나 어느 나라에 몇 명의 노동자가 근무한다 그런 건 대외비로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 최미랑> 이분들이 흩어져서 일을 하다 보니까 또 해외에서는 유령 노동자라고도 표현을 하는데 영어권 국가의 콘텐츠는 영어를 할 수 있는 임금이 비교적 싼 필리핀이나 인도의 노동자들이 많이 하고 있는 걸로 보고가 되고 있고요.

◇ 정관용> 해외 아웃소싱을 하는군요.

◆ 심윤지> 주로 아웃소싱을 하죠.

◆ 최미랑> 국내 콘텐츠 같은 경우는 언어의 장벽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아웃소싱이 쉽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큰 대표적인 회사인 카카오와 네이버를 알아봤더니 일부는 중국에 외주를 준적도 있다고 해요.

◇ 정관용> 거기는 언어보다는 영상 같은 거, 사진 같은 거 걸러낼 때.

◆ 최미랑> 이미지나 영상 같은 것을 그쪽에서 걸러내는 경우가 있다 하는데 실제로 이제 쭉 자회사에서 일을 해 오신. 그러니까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이 일을 해 오신 분과 인터뷰를 해 봤더니, 느끼시기에 2000년대에 일을 하실 때는 유해물을 상당히 많이 봤다. 그런데 한 2014~2015년 정도 됐을 때는 회사가 영상이나 이미지 부문은 대부분 중국으로 외주를 줘서 그때부터는 보게 되는 양이 현저히 줄고, 국내 노동자들은 이제 글, 게시글이나 주로 문자로 된 것들을 보게 되었던 것 같다.

◇ 정관용> 언어적 제약 때문에.

◆ 최미랑> 이렇게 말씀을 해 주셨어요. 실제로 해외에 얼마나 나가 있는지는 저희도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했는데요. 국내에 계신 분들의 경우에는.

◆ 심윤지> 네이버나 카카오나 자회사, 정규직 형태로 고용을 하고 사실 이런 디지털 막노동은 범위가 많다 보니까 해외에서는 크라우드 웍스. 아까 소개해 드린 플랫폼처럼 해외에서 먼저 아마존의 미케니컬 터크라는 회사가 있어요. 거기는 이제 이런 다양한 일감을 올리고 이제 불특정 다수한테 경쟁을 시켜서 일을 시키는 그런 식으로 운영이 되기도 하고요.

◆ 최미랑> 그러니까 전 세계의 노동자들이 각자 흩어져서 일을 하고 있고.

◇ 정관용> 반드시 해야 할 일이고.

◆ 심윤지> 그렇죠. 그리고 이게 언어라는 게 계속 바뀌다 보니까 예를 들면 한남충, 김치녀 이런 거 과거에는 없었던 말들이잖아요.

◇ 정관용> 신조어들.

◆ 심윤지> 그렇죠. 신조어들이죠. 이게 혐오 표현이다 아니다 이렇게 알려주는 인간의 손길이 계속 필요하다. 이렇게들 많이 말씀하십니다.

◇ 정관용> 지금 두 가지 부류를 제가 들은 것 같아요. 첫 번째 소개받은 것은 뭔가 데이터를 계속 입력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 인공지능이 그걸 학습을 해야 뭔가를 또 활용할 수 있으니까. 끊임없이 데이터를 입력해야 하는 노동자가 있다. 또 하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올리는 내용을 선별하는, 걸러내는 노동자가 누군가 있어야 된다. 그리고 제가 오늘 이제 이거 시작하면서 24시간 운영되는 사이트에 심야나 새벽에도 접속하실 텐데 이러면서 시작했잖아요. 그럼 그 엄청난 서버를 관리하는 누군가도 있어야 되지 않아요?

◆ 최미랑> 그렇습니다. 이 일을 하시는 분들도 저희가 만나봤는데요. 데이터센터라고 하는 서버를 보관하는 공간이 있지 않습니까? 서울 바깥에 있기도 하고요. 그 지역에 주로 위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포털기업의 경우에는 이 데이터센터의 업무를 자회사에다가 주고 있어요. 이곳에서 일하는 분들 얘기를 들어봤더니 당연히 교대근무가 기본이 되고요. 그러니까 야간에 누군가가 지켜야 하기 때문에 연속으로 10시간, 12시간 일을 하시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합니다.

문제는 상당히 교육을 받으시고 하셔야 되는 일이거든요. 이 일도 아주 쉬운 일이 아니어서. IT 기술을 배워서 직장에 진입을 하시게 되고 또 서버라는 것이 굉장히 무겁고 한지라 실제로 몸을 써서 일을 하시는 일도 많다고 해요. 그래서 고된 일인데 임금이 매우 낮습니다. 저희가 만나본 분 중에는.

경향신문 심윤지 기자(왼쪽), 최미랑 기자(오른쪽) (사진=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제작진)

◇ 정관용> 단순 경비처럼 일을 하나요?

◆ 최미랑> 단순 경비처럼 실제로 일을 하시는 분도 계시고요. 그러니까 우리가 서비스를 해야 하는데 이 서비스가 전체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는지, 어디선가 이상신호가 들어오지 않는지 보는 분들이 따로 계시고요. 또 서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걸 고치거나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면 더 많은 서버가 필요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늘렸다가 줄였다가. 본사의 요청을 받아서 이런 업무를 수행하는 분들이 계신데 임금이 굉장히 낮아요.

그래서 주로 20대분들이 많이 하시는데 하다가 빨리 떠나고 또 여기는 희망이 없다 이렇게 절망을 하는 분들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일을 하시는 분 중에 한 분은 나이가 한 20대 후반 정도 되셨어요. 유망하다고 보시고 선택을 하셨고 회사에 입사했을 때는 큰 포털에서 일을 한다라고 하니까 주변에서는 좋은 회사에 가는구나라고 생각을 했는데 많은 선배들이 너무 빨리 직장을 떠난다는 거예요. 그래서 왜 그런가 하고 봤더니 본인도 1년 동안 일을 해 보니까 알겠더라. 너무나 처우가 열악하다. 그리고 선배들과 상담을 하면 이렇게 얘기를 한다. 여기는 희망이 없으니까 너는 차라리 중국을 가라. 여기는 너무나 한국은 너무나 사람 귀한 줄을 모르는 곳이다. 이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요.

◇ 정관용> 대체로 세 가지 유형의 노동을 우리가 접했네요. 데이터를 입력하는 것, 데이터센터를 관리하는 것, 또 유해 콘텐츠가 있는지 걸러내는 것, 심지어 디지털 청소 노동자 이렇게 말하고. 그런데 세 노동이 모두 다 아주 단순노동이군요.

◆ 심윤지> 크라우드웍스에서 한국어 OCR 하는 작업을 제가 체험을 해 봤거든요.

◇ 정관용> 직접 해 봤어요?

◆ 심윤지> 해 봤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 심윤지> 그러니까 예를 들면 약봉지 사진이 이렇게 있고, 약사가 그 위에 하루에 2봉 이렇게 펜으로 필기를 했어요. 그 사진을 보고 글자를 입력해야 되는데 이 약봉투에 있는 거를 입력을 해야 될지 아니면 그 위에 겹쳐져 있는 글자를 입력해야 될지 이렇게 인간의 판단이 계속 개입이 돼야 하거든요. 생각보다 그런 돌출적인 상황들이 많고 그래서 이제 그 이슈 중에 하나가 가이드라인이 있어요, 작업 가이드라인이. 그러니까 이분들이 어떤 작업장에서 지시를 받으면서 일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가이드라인을 올려주시는데 그 가이드라인이 계속 바뀌어요. 그래서 나는 맞게 작업을 한 것 같은데 반려 처리를 했다. 그런 민원들이 제기가 되기도 하고 불만을 제기하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 정관용> 그렇게 반려가 되는 건수가 또 쌓이면 아마 일감이 줄어들겠죠?

◆ 심윤지> 그렇죠. 하시는 일에 비해 돈을 받기 힘들고. 그래서 사실 월급이라는, 그러니까 월급이 얼마나 되세요라고 물어봤을 때 잘 답변을 못하세요. 이게 일감 단위로 이루어지는 거기 때문에.


◇ 정관용> 그럼 거의 자영업자 식으로 대접을 받는 거죠.

◆ 심윤지> 그분께 이제 스스로를 노동자라고 생각하시나요 물어봤을 때 회사라고 생각은 하지만 프리랜서처럼 일을 한다고 그렇게 인식을 하고 계셨어요.

◇ 정관용> 하는 양만큼 돈을 받는 거니까.

◆ 심윤지> 그렇게 말씀을 하시고.

◇ 정관용> 유해콘텐츠 걸러내는 노동은 그래도 하는 일의 양만큼 (돈을 받는 건) 아닌 거죠?

◆ 최미랑> 이분들은 국내 포털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자회사에 고용이 돼 있으시기 때문에 초과 근무를 하시거나 이런 일은 별로 없다고 해요. 다만 이제 정신적 스트레스가 매우 크신데 두 종류의 스트레스를 호소하시는데요. 유해물을 보는 분 중에 한 분은 실제로 이분이 두 아이의 어머니이신데요. 수년 전에 봤던 아동학대 영상이 지금도 생각이 나신다고 해요. 그래서 그 생각을 하면 지금도 막 저희와 말씀을 나누실 때도 굉장히 밝게 이야기를 하시다가도 이 얘기를 하실 때는 손이 떨리시고 눈물이 맺히시고 하는 걸 느낄 수가 있었어요.

◆ 심윤지> 해외에는 실시간 생중계가 아무래도 있다 보니까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나 이런 것이 라이브방송이 있잖아요. 그런 경우는 이제 유해 콘텐츠, 굉장히 심각한 유해 콘텐츠에 노출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죠.

◆ 최미랑> 국내 포털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는 유해 콘텐츠의 비율이 낮은 편이고요. 예를 들어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나 이런 데는 더 많은 편인데 저희가 국내에서 구글의 콘텐츠 검수업무를 하시는 분을 인터뷰를 했는데요. 이 분은 이제 부업으로 일을 하고 계세요. 그러니까 사무실에 나갈 필요도 없고 노트북만 있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이분도 아마 회사와 비밀서약서를 쓰시기 때문에 얼마를 받으시는지는 밝히지 못하셨지만 건당으로 받으시든 월급을 정기적으로 받으시는 건 아닌 걸로 추정이 되거든요.

◆ 심윤지> 시급을, 시급제로 받으시고 대신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그러니까 월에 200을 받는다, 그런 건 불가능하시다고 말씀하셨어요.

◆ 최미랑> 그런데 이분들은 실제로 계약서를 쓰고 일을 하지만 고용 상태라고 인지를 하고 계시지가 않고.

◇ 정관용> 알겠어요. 지금 두 분의 얘기를 쭉 들으면서 강조하고 싶은 대목은 이쪽 분야에 별로 관심을 안 가지면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빅데이터 이런 쪽 얘기만 들어도 전부 폼 나고 멋진 노동자들만 있는 걸로 생각을 하는데 자동화, 기계화 이러다 보면. 폼 나고 멋진 노동자는 소수고 정말 눈에 안 보이지만 꼭 필요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어마어마하게 있는 거군요.

◆ 최미랑> 그렇습니다. 그렇다 보니 저희도 IT 기업을 취재해 보니 기업 내부에서의 양극화가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었고요. 임금도 이제 본사에서 일하는 소위 프로그램의 설계자들은 굉장히 높은 반면에 주로 자회사에서 일을 하는 이 막노동으로 본인들도 얘기를 하시는.

◇ 정관용> 거기 노동조합도 거의 없죠?

◆ 최미랑> 노동조합이 생긴 게 아주 최근의 일입니다.

◇ 정관용> 아주 최근에.

◆ 최미랑> IT 기업에서 노조가 생기는 것이 전에는 매우 드문 일이어서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우에는 2018년에 노조가 출범을 하였고요.

◆ 심윤지>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경우는 사실 사업장이 정해져 있어서 노조가 어느 정도 손길을 내밀 수 있는데 이제 플랫폼의 경우에는 이분들이 흩어져 있다 보니까 고용조건을 회사가 일방적으로 변경한다든가 노동자가 처우가 안 좋아졌을 때 문제제기를 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 정관용> 알겠어요. 플랫폼 노동이나 라이더들, 배달 노동자들. 이것도 좀 다른 영역으로 봐야 되고, 오늘 우리가 집중적으로 들은 거는 소위 디지털 막노동 이 세계, 아직까지는 잘 안 알려져 있던 그 세계도 분명히 있다. 여기도 플랫폼 노동자나 배달노동자처럼 어마어마한 숫자의 노동이 있다. 그런데 대부분 장시간 노동이고 임금은 박하더라. 해외 외주도 많이 하더라. 오늘 일단 문제제기까지 좀 들어보고요. 경향신문의 최미랑, 심윤지 기자 두 분 고맙습니다.

◆ 최미랑> 감사합니다.

◆ 심윤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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