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소재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에 쓰이는 핵심 소재인만큼 한국의 주요 산업을 고사시키려는 의도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몰려왔고, 특히 대기업보다 대응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은 집단 부도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는 일본의 수출규제 직후 반도체 관련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긴급설문조사를 벌여 '반도체 중소기업 10곳 가운데 6곳이 일본 수출규제 6개월을 버티기 어렵다'는 '센'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6개월이 지난 현재, 이들 중소기업의 사정은 어떨까? 중기중앙회의 전망대로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모두 무사하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일본 수출 규제와 관련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은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규제 발표 당시 1천여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지만 일반적인 문의 사항을 등을 제외하면 간접적인 피해로 50여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 50여건도 정부로부터 긴급경영안정자금을 받거나 기술개발, 또는 수요처 지원을 받았다"며 "그나마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에는 간접피해 신고조차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본이 수출규제를 (사실상) 하다가 말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수출규제 3대 품목 가운데 포토레지스트에 대해서는 지난해 12월 개별허가에서 특별일반포괄허가로 전환했다. 한국기업이 수입할 때마다 일본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에서 한번 허가받으면 3년간은 별도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쪽으로 규제가 완화된 것이다.
일본 정부는 또 같은 달 고순도 불화수소 수출도 개별허가를 내주기도 했다.
일본 전문가인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상근자문위원은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일본의 수출규제가 한국에 심리적 타격을 주었지만 실제적인 타격은 없었다"고 규정했다.
이 위원은 "일본이 규제하자 우리 기업들이 재고를 이용하거나 해외에서 조달하면서 생산차질 등의 실질적인 피해는 없었다"며 "그러나 반도체 산업계 전체가 긴장하고 중소기업들도 일본산 기계류 수입이 당장 중단되면 생산이 안될 것이라는 그런 초조함은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전화위복으로 작용해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가 추진되고 이게 성공하면 우리 경제가 튼튼해진다"며 "이런 식으로 (국산화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정부는 소부장 산업 육성에 '올인'해 단기적인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기업 지원을 통해 규제 품목 가운데 하나인 고순도 불화수소 국산화에 성공하기도 했고 국내 생산이 안되는 첨단 포토레지스트(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는 해외기업을 국내에 유치하기도 했다.
이 위원은 "일본의 수출규제 분수령은 다음달로 보이는 국내 전범기업 자산 매각 여부"라며 "만약 자산이 매각되면 일본 정부가 금융규제 등의 추가 규제를 내릴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