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부정채용 맞다면서…법원은 왜 김성태 '무죄' 선고했나

'이석채-김성태' 일식집 회동시점 2011년 아닌 2009년 판단
법원 "김 의원 딸 2009년 당시 대학생이라 채용 청탁 어려워"
검찰 측 '핵심 증인' 서유열 증언 신뢰성 무너져
법원, 김 의원 딸 부정채용은 명백한 사실로 판단

KT로부터 '딸 부정채용' 형태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1심 무죄를 선고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이석채 전 KT 회장에게 딸의 부정채용을 청탁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그런데 같은 재판부는 앞서 이 전 회장의 업무방해 혐의를 다루면서 김 의원 딸의 부정채용을 사실로 인정했었다. 김 의원 딸의 정규직 채용을 두고 특혜가 맞는다면서도, 채용 청탁은 없었다는 법원 판단의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 "일식집 회동은 2011년 아니라 2009년…서유열 신빙성 없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신혁재 부장판사)는 이날 열린 김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 이 전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재판에서 두 사람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의원은 딸의 특혜채용을 청탁하고, 그 대가로 2012년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전 회장의 증인 채택을 무마해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회장은 부정채용이라는 금전적 이익을 김 의원에게 준(뇌물 공여) 혐의다.

재판부가 김 의원과 이 전 회장의 뇌물 혐의 무죄를 선고한 것은, 검찰 측 핵심 증인인 서유열 전 사장 증언에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 전 사장과 김 의원 측은 이른바 채용 청탁이 있었다는 '일식집 회동 시점'을 두고 줄곧 공방을 벌여왔다.

서 전 사장은 "지난 2011년 여의도 일식집에서 김 의원과 이 전 회장이 만나 저녁 식사를 했고, 그 자리에서 채용 청탁이 이뤄졌다"는 취지로 진술해 왔다. 반면 김 의원은 "식사 자리는 2011년이 아니라 2009년이었다"며 "당시 딸이 대학교 3학년이라 채용을 청탁할 이유가 없었다"고 맞섰다.

'2009년이냐, 2011년이냐'를 두고 공방이 계속된 가운데 재판 과정에서 서 전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서가 2009년으로 드러난 것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2009년 5월14일 카드 사용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두 사람의 저녁식사 시점은 2009년이 맞다"고 밝혔다. 결국 재판부는 서 전 사장 증언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청탁 행위 자체가 입증이 안 된다고 본 것이다.

KT로부터 '딸 부정채용' 형태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1심 무죄를 선고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 "서유열 증언 믿는다"더니…세 달 만에 판단 스스로 뒤엎은 재판부

김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형사합의13부)는 3개월 전인 지난해 10월 이석채 전 회장의 업무방해 혐의 판결에서 서유열 전 사장 진술에 대해 이와 정반대 결론을 냈다. 당시 이 전 회장은 징역 1년의 실형을 받았다.

이 전 회장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당시 재판부는 "서 전 사장의 진술은 합리성과 논리성이 인정되고, 신빙성도 있다"고 밝혔다.

결정적으로 이번 재판에서 거짓으로 판단한 서 전 사장의 증언, 즉 '2011년 여의도 일식집에서 김성태, 이석채가 저녁을 먹었고, 이 자리에서 채용 청탁을 했다'는 서 전 사장 증언도 당시 법원은 사실로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서 전 사장 증언은 직접 경험한 사람이 아니라면 알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합리적이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KT로부터 '딸 부정채용' 형태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 법원 "김 의원 딸 '부정채용'은 사실"…김성태 "제 부덕의 소치"

다만 법원은 김 의원 딸의 부정채용 사실 만큼은 기존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법원에 따르면 김 의원 딸 김씨는 지난 2011년 4월 KT 경영지원실(GSS) 산하 KT 스포츠단에 계약직으로 채용된 뒤 이듬해 10월 대졸 신입공채에서 최종 합격해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김씨는 당시 입사 지원서를 제출하지도 않았고, 서류전형은 물론 인·적성 검사까지 끝난 이후 채용 전형에 뒤늦게 합류했다. 김씨는 인적성 검사 결과마저 불합격이었지만, 이후 1·2차 면접 전형에 응시했고, 최종 합격했다.

재판부는 "김 의원 딸이 실제 업무에 비해 높은 급여를 받은 사실도 인정된다"며 "김 의원 딸이 서류·인적성 전형에서 여러 특혜를 받아, KT 대졸 신입사원 공채에 합격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 딸의 계약정규직 채용 모두 특혜가 있었던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 의원은 이날 재판 뒤 취재진들과 만나 "실체적 진실을 밝혀준 재판부와 국민들에게 감사드린다"며 "딸 아이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의 문제는 모두 제 부덕의 소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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