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BBC, 메트로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기술기업들이 모든 휴대전화에 대해 '범용 충전방식'를 채택하도록 강제할 것인지를 두고 의안 검토에 들어갔다. 이 안건은 '미래 세션(at a future session)'에서 표결로 결정된다. 통과되면 애플은 2012년 적용한 라이트닝 커넥터를 8년 만에 바꾸는 등 애플 생태계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스마트폰 붐이 일며 충전방식은 30가지가 넘었지만 현재는 아이폰을 대표하는 라이트닝 커넥터와 구형 안드로이드용 마이크로 USB, 최신 USB-C 3가지로 압축됐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최근 출시되는 휴대전화 충전 커넥터를 USB-C로 통일하고 있어 나머지 약 20%의 점유율을 가진 애플이 EU 규정을 따라야 할 경우 USB-C는 모바일 장치의 전세계 표준이 된다.
2012년 출시한 애플의 라이트닝 커넥터는 최초 30핀 독 커넥터를 대체하는 두번째 커넥터로 아이폰5, 아이팟 터치 5세대, 아이팟 나노 7세대, 아이패드 4세대 이상이 라이트닝 커넥터를 사용하고 있다.
애플은 그동안 라이트닝 커넥터 변경에 거부반응을 보여왔다. 2014년 EU가 '범용 충전기 개발을 위한 새로운 노력'을 요구하는 무선 장비 지침 결의안을 통과시켰지만 애플은 더 얇아지는 장치에서 USB-C는 어울리지 않으며 표준 커넥터 변경에 최대 20억달러가 소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제성은 없는 결의안이지만 안드로이드 제조사를 중심으로 USB-C 전환이 빠르게 진행됐다.
앞서 2009년 애플은 삼성, 노키아 등 10개 글로벌 기술기업과 기기간 충전 호환을 위해 노력한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다른 제조사들처럼 마이크로 USB로 커넥터를 바꾸는 대신 라이트닝 커넥터에 호환 어댑터를 허용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 애플이 충전 커넥터를 USB-C 표준으로 바꿀 것이라는 주장은 여러차례 제기됐다. 애플 전문가 궈밍치 TF 인터내셔널 증권 애널리스트는 2017년 처음 애플이 USB-C 커넥터를 도입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지만 애플은 바꾸지 않았다. 최신작 아이폰11·아이폰 11 프로·프로맥스에도 라이트닝 커넥터가 적용됐다.
대신 애플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충전 커넥터를 전환하는 대신 무선충전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삼성, 화웨이 등 주요 제조사들과 함께 아이폰에 무선충전 방식을 적용하면서 기존 유선 충전 표준에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이 기술은 초기단계다.
궈밍치 애널리스트는 최신 보고서를 통해 "애플이 2021년 선보일 최고급형 아이폰에서 충전이나 데이터 전송, 이어폰 연결 등에 쓰이는 라이트닝 커넥터를 없앨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는 미래 아이폰이 완전 무선 방식으로 충전 및 데이터 전송, 이어폰 연결 등이 이뤄지는 것을 의미한다. 궈밍치는 이 경우 "이용자들이 '완전한 무선 체험'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완전 무선 기술 도입은 통신기술의 발달, 이용자 편의성에 따른 영향도 있지만 각국이 매년 수백억달러를 쏟아붓는 전자 폐기물 처리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EU는 "전자 폐기물을 줄이고 소비자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범용 충전 방식이 모든 휴대전화와 다양한 휴대 장치에 적용되도록 구속력을 가져야 한다"며 이번 의안 상정의 의미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