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주인공은 속초에서 해장국집을 운영하는 이대길(67)씨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소년 가장이 된 이씨는 스스로 생활벌이에 뛰어들어야 했다. 작은 몸집에 '아이스케키' 통을 짊어지고 나선 그는 아이스크림을 팔며 힘겨운 어린시절을 보냈다.
"하루는 너무 배가 고파서 하얗게 눈이 내리던 날, 눈에 당원(糖源)을 타서 그걸 먹고 그랬어요. 저도 어려운 시절을 겪고 보니 주변 사람들에게 더 눈길이 가게 된 것 같아요. 어려운 이웃들이 제 도움을 받고 감사해하는 걸 보면서 보람을 느껴요. 이게 사람 사는 세상 아닐까요? 하하."
선한 눈매가 휘어져 너털웃음을 짓는 그의 얼굴 위로 밝은 기운이 퍼졌다.
어려웠던 시절 때문이었을까. 그는 선생님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2~3년 정도가 흐른 23살 때부터 모교인 설악고등학교 재학생들을 위해 장학금 지원에 나섰다. 자신처럼 어렵게 생활비를 벌며 학업을 병행하는 이들에 대한 안쓰러움 때문이었다.
"5월 5일 어린이날은 아이들의 생일이잖아요. 아이스케키를 팔면서 몇 개 먹어 본 그 달콤함을 잊을 수 없어요. 5월이면 살짝 덥기도 하니까 시원하면서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딱이다 싶었죠. 전교생들이 아이스크림을 물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까 어찌나 예쁘던지.. 저를 '5월의 산타'로 불러주니 제가 다 기분이 좋아요."
이씨의 사랑이 닿았던 걸까. 어느 날 한 학생이 수줍게 다가와 꼬깃꼬깃 접은 쪽지를 그의 주머니에 넣었다.
'아저씨, 어린이날에 아이스크림을 사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올게요. -김준형-'
꾹꾹 눌러쓴 아이의 마음을 이씨는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쪽지를 반듯하게 코팅까지 해서 한쪽 벽면에 붙여놓은 데서 이씨가 아이들을 대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이씨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이 곧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제가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지금 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다 보니 여러 군데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겸손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한 노인요양원에서 칠판에 '매월 5일은 선지 먹는 날'이라고 써놓은 메모를 보고 책임감도 느낀다고 이씨는 설명했다.
이씨는 지자체 역할에 대한 주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 많다"며 "지자체가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좀 더 들여다보고 적극 발굴할 필요가 있고, 그것이 우리 사회가 정말 '더불어 사는 사회'로 나아가는 발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봉사활동을 진행한 시간은 어느덧 그의 인생에서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봉사활동 하며 이웃과 더불어 살아온 셈이다. 그런데도 그는 이미 사후 장기기증 신청까지 다 마쳤다. 그 모습이 마치 마지막까지 봉사정신을 잊지 않겠다는 본인의 신념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자신의 몸에도 버거운 큰 통을 둘러매고 생활비를 벌면서 빠듯한 생활을 했을 어린 날의 이대길씨는, 어느덧 중년의 위치에서 넘치는 사랑을 타인에게 나눠주며 풍요로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 유난히 포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