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조미옥 부장판사)는 16일 차량 제조사인 폭스바겐 아게·아우디 아게, 국내 수입사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등을 상대로 '표시·광고 등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을 들어 소비자들이 낸 민사소송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날 재판부가 판결한 관련소송은 손해배상 소송 11건과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 8건 등 총 19건이다. 해당소송 원고들의 숫자만 총 1299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가 발생한 데 따른 폭스바겐 측의 배상책임은 인정하되 재산적 손해는 인정하지 않는 취지로 원고 979명의 청구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폭스바겐 측에 차량 1대당 100만원을 원고들에게 배상할 것을 선고했다.
다만 △차량의 매매·리스계약 체결이 서류로 입증되지 않는 경우 △사측의 '배기가스 조작'과 관련없는 엔진모델의 차량을 매수한 경우 △중고차를 매수했거나 리스한 경우 등에 해당해 자격요건을 채우지 못한 320명의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현대 사회에서 소비자의 신뢰는 차량 제조사 및 판매사의 대대적 광고로 인해 창출되고 대기오염 문제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이 사건 차량을 매수하거나 리스했다"며 "그럼에도 차량 제조사들과 국내수입사는 장기간 이 사건 광고를 시행했고 위법한 인증시험을 통과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환경부의 인증취소 등으로 폭스바겐, 아우디 브랜드의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주는 만족감에 손상을 입었다"며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차량 제조사 및 국내 수입사는 소비자들의 정신적 고통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는 "지난 2015년 11월 30일 인증이 취소되기 전, 해당차량을 구매 또는 리스했다가 그 이후 처분한 매수인과 리스 이용자 역시 마찬가지로 손해가 인정된다"며 차량 대여자들에 대한 배상도 매매자와 동등하게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측의 '허위·과장 광고'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실질적 재산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거짓·과장성이나 기만성이 있는 표시·광고로 인해 원고들의 차량 소유나 운행에 어떤 지장이 있다거나 높은 가격을 지불했다는 등 어떤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통상적으로 소비자들이 차량구매를 결정할 때 차량의 배출가스량이나 인증시험의 적법한 통과여부가 구매여부에 중요한 요소라 볼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이 사건 차량에 자동차로서의 일반적인 성능(품질·기능·안전성)상 문제는 없다"며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이 차량의 '전반적 하자'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짚었다.
이같은 맥락에서 재판부는 차량을 소비자들에게 '단순 판매'만 한 '딜러' 회사들은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이동연 부장판사)는 지난해 8월 폭스바겐·아우디 차주들이 폭스바겐그룹 등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에서도 "차량당 100만원을 배상하라"고 사측의 배상책임을 일부 인정한 바 있다.
한편 폭스바겐 측은 지난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불법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배출가스 저감장치'(EGR·Exhaust Gas Recirculation)을 조작한 유로5 기준 폭스바겐·아우디 차량 약 12만 대를 국내에 수입·판매했다. 지난 2015년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세계적으로 '줄소송'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