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들도 '靑 압수수색 거부'놓고 우려·비판

"靑, 영장 무시하는 행태 대해 사법부 입장 표명 필요해"
'사법농단' 당시 임종헌이 '와해'하려 했던 익명 게시판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진보성향의 판사들이 모인 판사전용 인터넷 게시판에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와 관련해 이를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포털사이트 다음(Daum)에 개설된 법관 전용 익명카페인 '이판사판 야단법석'(이사야)에는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수사를 위해 검찰이 진행한 압수수색을 비난한 청와대의 입장을 반박하는 글들이 다수 게시됐다.


총 회원이 600여 명에 이르는 해당 게시판은 지난 2014년 10월 법원 내 진보적 성향 연구모임으로 알려진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의 홍모 판사가 개설한 것으로, 이 게시판은 법원 공식 내부망인 '코트넷' 메일을 통해 회원 가입여부 확인이 가능한 '비공개 카페'라 일반검색을 통한 외부인의 접근이 불가능하다.

'이사야'는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법관들의 명단을 작성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판사 블랙리스트'의 진상이 드러나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당시 임 전 차장은 국제인권법연구회,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등과 함께 진보법관 모임에 속하는 '이사야'의 와해 방안도 보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이곳에 '영장 불응'이라는 제목으로 게시된 글에는 청와대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된 압수수색에 불응한 데 대한 비판이 여과 없이 담겼다.

이 글을 작성한 판사는 "청와대가 이처럼 영장을 무시하는 행태에 대해 사법부의 적절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며 "참 암담한 요즘"이라고 적었다.

해당 글에는 "검사의 청구에 따라 법관이 적법하게 발부한 영장을 대상자가 부적법하다고 임의판단해 거부할 수 있다면 어떻게 형사사법 절차가 운용될 수 있느냐" 등 이에 동조하는 30여건의 댓글이 달렸다.

일부 판사들은 청와대의 태도를 '위헌'에 빗대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한 판사는 "(청와대가) 영장에 불응하고 앞으로도 이런 이유로 계속 영장 집행을 거부한다면 위헌·위법한 행동으로 볼 수 있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비슷한 취지로 작성된 다른 글에는 "청와대의 압수수색 영장 불응이야말로 법치(法治)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나중엔 구속영장도 불응한다고 하겠다"고 청와대를 비꼬는 듯한 표현도 담겼다.

청와대가 검찰이 압수수색 대상을 특정하지 않은 자의적 목록을 제시했다며 압수수색 거부의 '정당성'을 내세운 데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한 판사는 "압수수색 영장은 불특정이라고 거부, (검찰이 이후) 상세 특정하니까 법원이 한 게 아니라고 거부"라며 "말은 화려하지만 본질은 그냥 영장 거부"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판사는 "'조국 사태' 이후 청와대를 못 믿겠다"며 "지금 검사들은 수사 절차 적정성에 모든 신경을 쓰고 있는데 (청와대 입장에) 수긍하기 어렵다"며 최근 불거진 청와대와 검찰 간 갈등의 책임을 청와대에 돌리기도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지난 10일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자치발전비서관실(옛 균형발전비서관실)을 압수수색하려고 했으나 청와대측의 거부로 성사되지 못했다.

청와대측은 "검찰이 영장 제시 당시 상세목록을 제시하지 않았고, 몇 시간이 지난 이후 상세목록을 제시했는데 이는 법원의 판단을 받지 않고 임의로 작성된 목록"이라며 "위법한 수사에 협조할 수 없으니 적법한 절차를 준수해주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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