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發 개편에 술렁이는 檢…이틀새 4명 사퇴

15일 최창호 서부지검 중요경제범죄 조사단장 사표
김웅 사의에 댓글 550개 릴레이 "무력함에 지친다"
이르면 다음주 중간간부 인사 후 '줄사퇴' 우려도

(사진=연합뉴스)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수사권 조정 및 직제개편이 추진되자 사의를 표명하는 검사가 늘어나는 등 검찰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이르면 다음주 있을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일선 검사들의 '줄사퇴'로 갈등이 표면화될지 주목된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창호 서울서부지검 중요경제범죄 수사단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사의를 표명하는 글을 남겼다.

최 단장은 "어려운 결정을 하기 전 불면의 잠을 지새웠다"며 "헌법적 가치가 투영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검·경 수사권조정과 직제개편이 추진되면서 이틀새 4명의 검사가 옷을 벗었다.

특히 검찰 내에서 수사권조정 대응 업무를 맡았던 김웅 법무연수원 교수는 전날 조정안 통과에 반대하며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이프로스를 통해 "국민에게는 검찰개혁이라고 속이고 결국 도착한 곳은 중국 공안이자 경찰공화국"이라며 "철저히 소외된 것은 국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검찰은 김 교수의 사퇴에 상당히 동요하는 모양새다. 김 교수의 사퇴글에는 이날 오후 3시30분을 기준으로 55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김 교수를 응원하거나 사의에 안타까움을 표하는 내용이었지만, 이른바 청와대발 검찰개혁에 회의를 나타내는 글도 눈에 띄었다.


이중 "너무나 아쉽고 슬픈 심정. 무력함에 화가 나고 무력함에 지쳐 점점 냉소적이 돼 갔던 저에게 화가 난다"는 댓글과 함께 "한 국가의 사법체계가 이런 과정과 동기로 바뀔 수 있다는 것도, 소위 국민의 명령이라는 그 내용도 참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또 "이제 누가 우리 검찰을 수호하나. 너무나 아쉽다"는 내용의 댓글도 있었다.

(사진=연합뉴스)
또 김종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장도 "부족한 저에게 공직의 길을 허락해주신 국민 여러분과 검찰가족 여러분께 고개숙여 감사드린다"면서 검찰을 떠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부장검사는 한국타이어 대표 비위와 상상인저축은행 부당대출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조세범죄조사부는 이번 법무부 직제 개편안에 따르면 형사부로 전환된다.

여기에 의사 출신인 서울서부지검 송한섭 검사도 같은날 사의를 표했다. 송 검사가 속한 식품의약조사부 또한 형사부 전환 대상이다.

법조계에선 이르면 다음주 있을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닥치면 사의표명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법무부는 오는 21일 검찰 직제개편 개정안을 국무회의에 상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검찰 등 관계기관 의견 수렴절차를 진행중이다.

해당 개편안에는 전국 검찰청을 대상으로 직접수사부서를 대폭 축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검찰의 직접수사부서 13개를 축소·조정해 그중 10개 부서를 형사부로, 나머지 3개 부를 공판부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전면적인 구조개편 작업인만큼 대규모 인사이동이 예상된다. 직제개편시 검찰 중간간부의 필수 보직기간으로 지정한 1년을 채우지 않더라도 인사가 가능해 인사폭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및 조국 전 장관 일가 의혹 등 정권을 겨냥한 수사팀에 대한 인사가 우선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검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개혁의 명분에 대해서는 많은 검사들이 공감하지만 정부의 개혁 의도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을 품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묵묵히 일하던 검사들 상당수가 최근 변화에 많은 회의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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