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젊은영감' 모시기?…감동없는 청년인재 영입

[김규완 칼럼]

영입된 청년들마저 진영논리에서 못 벗어나
감성팔이나 스토리팔이로는 공감 부족
청년정치가 가능한 구조를 허락하지 않는 기존 정치권이 문제
차라리 정치현장에서 훈련받은 젊은 직업 정치인이 나을 수도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5호인 오영환 전 소방관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영입행사에서 이해찬 대표(왼쪽), 윤호중 사무총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민주당과 한국당이 4.15총선을 앞두고 청년인재 영입에 한창이다.

민주당은 최근 장애인 권익운동을 해온 최혜영씨와 원종건씨에 이어 청년소방관 오영환씨를 영입했다.

한국당도 이에 질세라 탈북자 출신 인권운동가 지성호씨와 체육계 미투 1호인 김은희씨, 극지탐험가 남영호씨를 영입했다.

이들은 모두 20대에서 40대 초반의 청년들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이들을 비례대표 안정권이나 당선 가능성이 높은 텃밭 지역구에 출마시킬 것으로 보인다. 청년을 통해 청년을 위한 정치를 선보이겠다는 취지이다.

청년인재 영입 경쟁은 4년 전 20대 총선 때부터 본격화됐다.

그런데 최근 여야 정당들의 청년인재 영입은 '특별한 감동'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물론 이들이 구태의연한 한국정치에 신선한 자극제가 되는 측면도 일정 부분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민주당 여덟 번째 영입 인재인 미세먼지 전문가 이소영 변호사(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자유한국당 3호 영입인재 남영호 탐험가,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2호 원종건 씨, 자유한국당 영입인재 탈북민 출신 인권운동가 지성호 씨와 체육계 미투 1호 김은희 테니스 코치.(사진=박종민 기자/윤창원 기자/이한형 기자)
그러나, 인재로 불리는 청년들이 저마다 나름대로의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청년정치'라는 시대정신을 불지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느낌이다.

청년들의 나름 성공 스토리나 아픈 경험이 훌륭한 정치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중요한 것은 공감이다. 청년인재 영입 경쟁마저도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인 진영논리와 색깔논리로 가득차 있다.


민주당에 영입된 청년소방관은 조국 전 법무장관의 비리를 관행일 뿐이라는 말로 비웃음을 샀다. 한국당에 영입된 탈북 인권운동가는 여전히 극단적인 반공과 반북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청년들이 새롭고 젊은 정치의 비전을 보여주기는 커녕 기존 정치권의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이처럼 청년영입 경쟁이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것은 기존 정치권에 1차적 원인이 있다.

청년정치가 가능한 정치적 구조와 의사소통 구조를 만들어가면서 청년정치를 논해야 공감을 얻을 것이다.

어항 속에 물은 그대로인데 물고기만 바꿔 넣으면 그 물고기도 결국은 오래 숨쉬지 못하고 죽고말 것이다.

청년들 데려다놓고 노인정치하는 것은 감성팔이요 스토리팔이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럴 바에는 젊은시절부터 기초단체나 정당, 정치단체 등 정치현장에서 정치적 훈련을 받아온 젊은 정치인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30대 정치리더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나 세바스찬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같은 경우 젊은 시절부터 현장에서 훈련을 받아온 직업 정치인이다.

청년 영입인재와 함께 사진을 촬영하는 당 대표와 의원들의 모습. 위사진은 더불어민주당, 아래사진은 자유한국당.(사진=윤창원 기자)
선거 때만 되면 청년들의 표를 의식해 청년팔이나 하는 낙후된 정치구조 아래서 영입된 청년들은 낡고 늙어빠진 한국정치의 병풍 노릇 밖에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전도유망한 청년에게 꽃가마 태워 '젊은영감' 딱지나 씌우는 일은 국가적 낭비에 불과하다.

청년정치가 오히려 청년들에게 좌절과 냉소감만 줄 바에는 그들에게 자유를 허락하는 것이 낫다.

나름 자기 분야에서 잘 하고 있는 청년에게 무조건 여의도로 네비게이션을 찍으라하지말고 자유로운 드라이브를 권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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