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선산을 팔지 말라는 약속을 어기고 자신을 부양하지도 않자 고령에도 불구하고 법정 싸움에 나섰지만 부양 의무 등을 조건으로 한 증여 계약의 증거를 입증하지 못해 법원도 노인의 손을 들어주지 못했다.
춘천지법 민사1부(신흥호 부장판사)는 15일 경기 부천시에 사는 A(98)씨가 셋째 아들 B(56)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 등기 말소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원고 패소를 판결했다.
A씨는 22년 전인 1998년 1월 아들 B씨에게 강원 평창의 임야 1만6200여㎡를 증여했다. 이 땅은 A씨의 아내와 조상들이 묻힌 선산이다.
하지만 아들 B씨는 2014년 6월 자신의 동업자인 C(46·여)씨에게 증여받은 선산을 사실상 헐값인 1300만원에 매매했다.
그러자 A씨는 약속을 어기고 땅을 매도한 만큼 증여 계약을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아들에게 다시 땅을 되돌려달라고 수차례 요구했다.
결국 A씨는 2018년 8월 아들 B씨와 아들의 동업자 C씨를 상대로 소유권이전 등기 말소 청구 소송을 냈다.
A씨는 "절대 땅을 팔지 않고 자신을 잘 부양하라는 조건으로 선산을 증여한 것인데, 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증여 계약은 해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땅은 2012년 채권 최고액 1억800만원에 근저당 설정됐다가 아들 B씨가 동업자 C씨에게 땅을 넘긴 뒤 2014년 11월 해지된 뒤 2015년 8월 채권최고액 5천만원(채무자 C씨)에 근저당권이 설정됐다.
아들 B씨와 동업자 C씨는 이 땅에 버섯 농사를 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들 B씨가 실거래가보다 턱없이 낮은 가격으로 C씨에게 땅을 판 것은 자신에게 돌려주지 않기 위해 위장 매매한 것이라고 A씨는 항변했다.
1심 재판부는 "부양 의무 등을 조건으로 아들에게 땅을 증여했다는 것을 입증할 만한 각서나 기록이 없는 만큼 A씨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패소 판결을 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원심의 판단은 옳고 A씨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판결 후 A씨는 "상급 법원에 상고를 제기해 다시 판단을 받아 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