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남북협력 시사에…美국무부 "한미간 조율" 강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남북 협력 재개 의사를 밝혔지만, 미 국무부는 북한 문제에 대한 한미 간의 조율에 더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와중에 미 재무부는 노동자 불법 해외송출에 관여한 북한 회사와 중국 내 숙박시설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 재개를 모색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제재의 고삐 또한 늦추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14일(현지시간) 남북 협력 구상을 밝힌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발언에 대한 논평을 미 국무부에 요청했으며, 국무부는 "미국과 한국은 북한과 관련된 노력에 대해 긴밀히 조율하고 있다"는 내용의 답변을 보냈다고 전했다.


국무부는 이어 "우리는 북한에 대한 일치된 대응을 위해 긴밀히 조율하는데 전념하고 있다"면서 "모든 유엔 회원국들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이행하도록 요구받는다"고 덧붙였다.

이는 북한에 대한 대응은 한미가 긴밀히 조율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강조하는 한편으로, 남북 협력 사업이 유엔 안보리 제재를 위반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DC 미 국무부 청사 (사진=연합뉴스)
미 국무부는 이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한미 외교장관 회담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계속된 한미 간의 긴밀한 조율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북한 평양 소재 고려남강무역회사와 중국내 숙박시설인 베이징숙박소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고 밝혔다.

재무부에 따르면 고려남강무역회사는 북한 노동자 해외송출에 관여해왔으며, 북한 노동자의 비자와 여권, 출국, 해외 취업 등을 다루고 있다. 또 베이징 숙박소는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에 소재해 있으며, 노동자 송출에 관여하고 있는 남강무역회사와 남강건설을 도운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제재는 북한의 노동자 해외송출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해외파견 북한 노동자 송환 기한인 12월 22일이 지난 이후 3주 만에 이뤄졌다. 유엔 제재 이행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아울러 최근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직후 제재를 발표한 점도 눈에 띈다.

앞서 지난 12일 미국의 인터넷 매체인 악시오스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의 단독 인터뷰 내용을 공개하면서 그가 "북한에 여러 경로를 통해 연락을 취해왔고, 우리는 지난해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의 협상을 계속해서 진행하고 싶다는 점을 그들에게 알려왔다"고 말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전날 샌프란시스코에서 행한 한 강연에서 북한과 관련해 "두 걸음 전진하고 한두 걸음 후퇴했다"면서도 "나는 북한이 세계를 위해서 뿐 아니라 북한 주민을 위해서도 올바른 결정을 내릴 것으로 여전히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가 세계의 다른 나라들과 함께 북한에 부과한 제재는 분명 김 위원장이 북한 주민을 위해 올바른 길로 나아가는데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해,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가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나오게 했다는 인식을 보였다.

결국 미국은 제재를 강화해야 북한이 대화에 나올 것이라는 논리 아래, 북한에 협상 재개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으로 대북제재 유지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남북 협력사업 재개를 위한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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