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협치내각·개헌' 언급…왜?

협치 통한 총선 후 정권 하반기, 국정동력 확보위한 포석 풀이
선거제 개편 등 다당제 조건도 협치 필요성 높여
문, 총선 과정서 개헌 지지 받자 제안도... 개헌 과정서 협치 요소 강화될 수도
협치 전통 없는 정치 현실, 역공 가능성 등 협치 내각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
"내각 합류하면 배신자처럼 여기는 정치문화 바꿔야"

한 시민이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총선 이후 '협치내각' 구성을 언급하면서 그 가능성에 이목이 쏠린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다음 총선이 지나고 나면 야당 인사 가운데서도 내각에 함께할 만한 인사가 있다면 함께하는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정부의 전체 국정 철학에 공감하지 않더라도 해당 부처의 정책 목표 방향에 대해서 공감한다면 함께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협치의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2018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임명 과정에서 추진했던 협치 시도 사례도 언급하며 "그분들에게 기존의 당적을 그대로 가지고 기존의 정치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함께 해도 좋다고 제안을 했었다"고 구체적인 예도 들었다.

또 문 대통령은 "국회와 정부가 (힘을) 합쳐서 국민을 통합의 방향으로 가도록 노력해야지, 오히려 정치권이 앞장서 국민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다음 총선을 통해 그런 정치 문화가 달라지기를 바란다. 누차 강조하지만 손뼉을 치고 싶어도 한손으로는 칠 수 없다"고 극한 정쟁으로 인한 국정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총선 이후 협치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정권 하반기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미 20대 국회부터 과반의석 정당이 없는 다당제가 정착된 만큼 협치 내각을 통해 정권 하반기까지 국정 운영의 동력을 확보해나가겠다는 것이다.

국회에서도 이미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원내 정당들의 '4+1협의체'가 선거법과 고위공직자수서처법 등 개혁법안을 처리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게다가 준(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된 선거법도 국회를 통과했다는 점에서 만약 협치 내각이 실현된다면 실효성은 더 높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개정된 선거법은 정당지지율에 비례해 비례대표의석을 일부 보장할 수 있게 해 다당제가 갖춰질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문 대통령에게는 정권 후반기 국정 운영에 있어 협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또 이날 기자회견에서 "총선 공약 등을 통해 개헌이 지지받고, 국회에서 개헌이 추진된다면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는 여부를 검토한 후 대통령이 입장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총선 이후 개헌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지난해 여야 5당 대표들과의 만남자리에서 언급한 내용으로 문 대통령의 소신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중임제, 지방분권 내용을 골자로 한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총선 이후 바뀐 선거제와 정국 상황에 따라서는 개헌도 협치 내각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과반의석 정당이 없는 다당제가 정착될 경우, 협치가 상시화 돼 국정운영에 있어서도 다른 정당을 내각 운영의 동반자로 받으들일 수 있는 방안이 개헌과정에서 담길 수도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는 대대적인 권력구조를 개편하는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까지는 안되더라도 총리추천제가 가능한 대안으로 꼽힌다. 복수의 국무총리 후보를 국회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골라 임명하는 방식이다. 국회가 추천한 총리를 통해 국회와의 협치를 상시화하는 방법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해 총리추천제를 총선에서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문 의장은 "국회에서 총리를 복수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내용으로 2020년 총선에서 국민투표에 부치자"면서 "다음 정권에서 시작하는 개헌에 대한 일괄타결 방안을 논의하자"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언급한 협치 내각이 총선 이후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언급했듯이 다른 정당이 창출한 정권에 기여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정치문화나 현실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협치 내각을 시사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의 내각에 합류하게 되면 자신이 속한 정치적인 집단이나 기반 속에서는 마치 배신자처럼 평가받는 그것을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추진하게 되면 그것은 곧바로 '야당 파괴', '야당 분열공작'으로 공격받는 것이 우리 정치 문화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아울러 "당연히 다음 총선 이후에 대통령이 그런 방식을 통한 협치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다음 총선을 통해서 우리의 정치 문화도 달라져야 한다"며 "국민들께서도 그렇게 만들어주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함께 드린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내각제가 아닌 대통령제의 특성상 내각에 들어간다고 해도, '국정동반자'보다는 대통령을 위해 일하는 '국무위원'의 성격이 강한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특히 협치 제안 자체가 정치적 공격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5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에게 총리 임명권을 넘기는 등 대연정을 제안했지만, 야당은 오히려 이를 정치적 반격의 기회로 삼기도 했다. 협치 내각 구성이 자칫 국정 하반기 국정 동력을 떨어뜨리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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