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 '짜파구리'까지…日 '기생충' 신드롬

야후 영화에서는 인기 1위…500개 상영관으로 박스오피스 5위
도쿄 카페에서는 개봉 기념 '기생충' 메뉴까지 판매
"등장 캐릭터들의 독특한 일면에 일본 관객들 매료"

'기생충' 메뉴를 판매 중인 도쿄 소재 카페. (사진=홈페이지 캡처)
한일관계 냉각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영화 '기생충' 열풍이 미국에 이어 일본 열도를 휩쓸고 있다.


지난 10일 일본에서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14일 현재 야후 재팬 영화에서 극장 상영 중인 433개 영화 중 인기 1위를 차지했다. 야후 재팬 영화에 등록된 전체 6만 5007개 작품 중에서도 인기 1위에 올라 있다.

일본의 실시간 박스오피스 집계 사이트에 따르면 '기생충'은 13일 박스오피스 5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1500개관 이상을 점유한 1~4위 영화들에 비해 '기생충'의 개봉관수는 500개관에 불과해 더욱 의미있는 성적이다.

자국 영화나 할리우드 영화가 아닌 한국 영화가 이처럼 일본 박스오피스에서 주목받는 것은 드문 일이다. '기생충'의 흥행 조짐은 이미 지난해 11월 개봉 전 가진 시사회에서 엿볼 수 있었다.

영화를 관람한 배우 사와이 미유는 "점점 영화 속에 끌려 들어갔다. 정말 교묘하면서 재미있는 영화였다. 정보 없이 극장으로 가길 바란다. 봉준호 감독은 아주 상냥했고 멋있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다른 관객(아이디: ch****) 역시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굉장한 시나리오와 코믹한 대사, 반전 등 모든 것이 파격적이었다. 후기 찾지 말고 모르는 상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독도는 우리땅'을 개사한 '제시카송'에 매료됐다면 일본에서는 영화 속 대표음식 '짜파구리'(짜파게티와 너구리를 함께 끓은 라면)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도쿄 시부야구에 소재한 한 카페에서는 '기생충' 개봉을 기념해 기간한정메뉴를 오는 30일까지 판매한다. '한우 짜파구리'에서 영감을 얻은 '스테이크 짜파구리'와 극전개에서 중요한 '복숭아'를 모티브로 '계급 사회를 상징하는 2층 구조의 복숭아 칵테일'을 준비했다.

'기생충'의 흥행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것은 2018년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어느 가족'과도 무관하지 않다. '어느 가족' 역시 소외 계층을 주인공으로 현대판 계급사회 문제를 담아내 일본 내에서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그 해 박스오피스 11위에 올랐다.

이와 비슷하지만 봉준호 감독 특유의 풍자와 해학이 가미된 '기생충'이 일본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장기 흥행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기생충'은 '어느 가족'의 '하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가족을 다뤘다는 주제를 닮았고, 특히 캐릭터들의 다소 일반적이지 않은 독특한 일면이 일본 관객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요소"라며 "일본 문화 속에 녹아 있는 파격과 별난 감성이 '기생충'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생충' 열풍과 같은 현상은 민간교류까지 중단된 한일관계의 점진적 해빙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 평론가는 "일본에서 '기생충'을 이렇게 소비하는 건 양국의 정치 갈등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문화 콘텐츠가 충분히 가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라며 "이런 상황이 있을 때마다 언제나 문화예술이 그런 촉매제 역할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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