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수공 등에 따르면 수공은 최근 경인아라뱃길 배후부지 토지분양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입찰업체 중 하나인 A사와 법적 다툼을 준비하고 있다.
A사는 수공이 위법적 분양사업을 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 같은 토지에서 반복된 분양공고와 재계약
이들이 다투는 쟁점은 수공이 경인아라뱃길 인천 물류단지 내 3478.6㎡ 규모의 토지를 분양하면서 해당 토지에 있는 타 업체의 건축인허가를 말소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토지분양 공고를 낸 것이다.
A사는 수공의 이같은 비정상적인 토지 분양으로 자신들이 피해를 입었고 앞으로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수공은 내부 법률팀의 자문에 따라 공고를 내고 계약을 했는데 이 사안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인지한 건 최근이라는 입장이다.
수공의 비정상적인 토지 분양이 시작된 건 2015년부터다.
수공은 2015년 4월 해당 토지에 대해 호텔개발업체인 B사와 분양금 3년 분할 납부(매 6개월마다 지급)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지만 2년 뒤인 2017년 8월 중도금 미납으로 계약을 해제했다.
B사가 계약금만 냈을 뿐 이후 중도금을 전혀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B사의 중도금 연체일은 무려 521일에 달했다.
그러나 수공은 계약금만 낸 B사에게 토지사용승낙서를 지급, 2016년 3월 건축인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수공은 B사와 계약을 해제한 지 3개월 뒤인 2017년 11월 해당 토지에 대한 분양을 재공고했다. B사는 A사와 공동사업 자격으로 입찰해 재계약에 성공했다.
그러나 A사와 B사 역시 계약금만 냈을 뿐 중도금을 내지 않았다. 수공은 지난해 7월 또다시 계약을 해제했다.
A사는 당시 동업을 약속한 B사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 자격을 상실, 단독 사업자로 사업을 진행하려 했지만 수공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B사가 이미 건축인허가와 착공신고를 해 사업을 진행할 수 없어 이를 말소해달라고 수공에 요청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계약을 해제한 수공은 지난해 12월 20일 B사의 건축인허가와 착공신고가 유효한 상태임을 알면서도 이를 말소하지 않고 또다시 해당토지에 대한 분양공고를 게시했지만 A사가 문제를 제기하자 이를 철회했다.
A사는 수공이 일부러 B사의 건축인허가 말소 조치를 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분양공고를 내 사실상 해당 토지 개발사업에서 B사를 '밀어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토지분양사업의 경우 계약을 해제하고 다른 업체와 재계약을 하더라도 기존에 건축인허가가 있는 경우 재계약한 업체에게 건축허가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건축법은 관할기관이 건축을 인·허가했다고 하더라도 최대 3년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면 이를 말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런 조치가 없는 경우를 판단하는 기준은 없다. 아무런 공사를 하지 않고 착공신고만 해도 허가 말소를 하려면 법적 소송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를 제외하면 기존에 인·허가를 받은 업체가 자체 취소하는 방법 밖에 없다. 이를 모를리 없는 수공이 계약금만 낸 B사가 건축인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특혜를 주고 법적 사각지대를 이용해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게 A사의 주장이다.
실제 토지분양사업을 담당하는 타 기관들도 수공의 이같은 행보에 의문을 제기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토지권한과 건축권한을 나눠서 규정하고 있다"며 "건축권한도 하나의 재산권으로 보기 때문에 분양사업을 할 때 계약금을 냈다는 이유로 무턱대고 토지사용승낙서를 업체에 넘겨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천도시공사 관계자 역시 "내 땅을 팔려고 시장에 내놨는데 그 땅의 건축권한을 다른 사람이 갖고 있다면 누가 사겠느냐"며 "이번 사례는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수공이 이처럼 '초보적인 실수'를 했다는 점에는 크게 2가지 원인이 거론되고 있다.
첫째는 수공의 경인아라뱃길 물류단지 분양사업 초창기 때 사업 실적이 부진해 너무 성급하게 사업을 진행했을 가능성이다.
수공이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정미(정의당·비례) 의원실에 제출한 '인천 경인아라뱃길 인근 배후부지 분양실적' 자료를 보면 수공은 경인 아라뱃길 물류단지 분양사업을 하기 위해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모두 3617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같은 기간 계약금액은 2899억원에 머물렀다.
계약 면적도 전체 분양면적 70만9000㎡ 대비 72%인 51만4000㎡로 분양률이 저조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적 개선을 요구받던 수공이 무리하게 토지분양사업을 진행하다 이같은 실수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B사를 일부러 밀어주려 했다는 의견이다. 수공이 계약금만 지불한 업체에게 토지사용승낙서를 지급했다가 해제한 뒤 또다시 계약한 경우도 이 사례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토지분양업계는 토지분양사업을 관할하는 부서의 실수치고는 너무 초보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공과 B사 사이에 '커넥션'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수공은 이러한 의혹제기에 대해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수공 관계자는 "2017년 재공고 당시 사내 법무팀과 건축인허가 관할기관에 자문을 구해 문제가 없다는 얘기를 듣었다"며 "그러나 최근 A사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확인한 결과 잘못된 부분이 있어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