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박남천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유해용(53)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한 선고를 한다.
유 전 수석재판연구관은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의혹으로 지난해 3월 추가 기소된 10명의 전·현직 법관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공모해 휘하 연구관에게 특정 재판의 경과 등을 파악하는 문건을 작성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청와대의 요청을 받은 임 전 차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진료'에 개입한 김영재·박채윤 부부의 소송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보고, 이에 관여한 혐의로 유 전 수석을 지난해 재판에 넘겼다.
유 전 수석은 상고심 소송 당사자들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보고서를 퇴임 후 개인적으로 가져 나가고, 대법원 재직 시절 취급했던 사건을 변호사 개업 후에 수임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청와대 등 제3자에게 전달할 목적으로 소송에 대한 내용을 외부에 누설해 공정성과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고 재판업무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려 사안이 중대하다"며 유 전 수석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반면 유 전 수석은 "혐의사실을 도저히 수긍할 수 없고, 결백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만약 재판부가 뜻밖에도 유죄 판결을 내린다면 지난날 허물에 대한 인과응보로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2017년 처음 불거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임기 중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법원행정처를 통해 행정부·입법부에 불법 로비를 하고, 법조계 전반을 사찰해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건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비롯해 14명의 전·현직 법관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법원이 유 전 수석에게 판결을 선고하면 이와 같은 의혹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 나오는 셈이다. 다음 달 14일에는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에 대한 선고 공판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