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의원은 특히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의 신뢰 문제에 대해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합당보다 독자노선이 목표로 설정되면서 통합에 대해서도 ‘보수후보단일화’ 카드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 의원의 측근 인사는 12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당은 ‘3원칙’에 대해 시늉만 하고 정말 변화할 의지는 없다”며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를 하자면서 당 대표가 3원칙에 대해 언급도 않는 상황은 신당 바람빼기 의도가 의심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지적은 지난 9일 출범을 선언한 혁통위를 비판한 것이다. 당초 정치권에선 황 대표가 유 의원이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3원칙’의 수용을 공개 천명할 것으로 관측됐었으나, 급작스레 취소됐다.
유 의원의 ‘보수재건 3원칙’이란 ▲탄핵의 강을 건널 것 ▲개혁보수로 나아갈 것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지을 것 등이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지난 7일 비공개 회의에서 “3원칙을 수용하는 발표는 없다”고 잘라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표 주변에선 “3원칙의 수용을 직간접으로 이미 밝혔다”는 해석과 “앞으로도 3원칙을 수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정반대의 전망이 엇갈려 제시됐다.
새보수당에선 황 대표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3원칙 수용’을 공개 선언하지 않고, 모호한 입장을 취하면서 주도권 싸움을 걸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겉으로는 골수 친박계 등 강경파의 반발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이는 빌미에 불과할 뿐 속내는 황 대표 자신이 3원칙 자체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혁통위가 합의한 8개 조항 속에 ‘탄핵 문제가 장애가 되선 안 된다’(6항), ‘새로운 정당을 만든다’(8항) 등에 3원칙이 녹아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황 대표가 수용 여부를 직접 밝히지 않고 당내 내분을 그대로 방치한 상태에서 합당부터 추진할 경우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지을 것의 원칙이 무산될 것이란 우려가 깔려 있다.
유 의원은 보수 통합의 결과가 돌고 돌아 결국 ‘도로 새누리당’이 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간 한국당은 새누리당에서 이름을 바꾸긴 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를 정리하지 못해 계파 갈등을 빚는 등 탄핵 문제로 분당된 새누리당의 고질병을 그대로 노출해왔다.
최근 황 대표가 3원칙을 발표하려는 것을 친박계 의원들이 나서 만류하고, 유 의원과 통합할 경우 ‘탈당하겠다’는 발언이 나오는 등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통합이 강행될 경우 새누리당이 보였던 구태를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
혁통위 합의 내용 중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의 대통합’(5항)도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탄핵 불문’ 원칙이 합의문에 담겼다고는 하나, 친박계의 반발로 흐지부지될 경우 우리공화당 같은 ‘탄핵 반대’ 세력이 막판 통합에 합류하는 그림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새보수당에선 중구난방 상태의 통합은 시너지를 내지 못한 채 실패로 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유 의원으로선 이미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과 통합하는 과정에서 호남계와의 노선 투쟁으로 역(逆)시너지를 경험한 바 있다.
명분과 원칙이 공유되는 통합이 돼야 하는데, 모든 세력을 다 끌어들이는 방식으론 국민에게 ‘지분 나눠먹기’로 비쳐지면 망한다는 비판도 있다. 최근 황 대표는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 측 비례대표들을 접촉한 데 이어, 이정현‧이언주(무소속) 의원, 우리공화당 등 보수-우파 진영의 모든 세력에 통합을 타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보수 통합의 원칙, 통합 당사자 간 신뢰 등이 장애물로 작용하며 한국당과의 ‘합당’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새보수당 내부에 생겨나고 있다. 이에 대해 새보수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우리는 합당보다는 독자노선으로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새보수당이 통합 가능성을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니지만, 원칙에 대한 합의 통합 주체 다변화에 따른 잡음 등 변수가 너무 많다”며 “합당보다 각 지역에서 후보 단일화를 통해 연대를 꾀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