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장관은 지난 8일 단행한 검찰 인사에 반발하는 내부 목소리를 잠재우고 개혁 작업을 완수해야 하는 입장이다.
윤 총장도 측근 참모들을 잃은 상태에서 조직을 이끌며 현재 진행 중인 수사를 마무리 지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12일 법조계 안팎에서는 오는 13일부터 법무부 인사에 따라 검찰 고위 간부가 재배치됨에 따라 이들이 풀어나갈 과제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秋-尹' 첫 대면, 충돌 예상과 달리 대체로 '양호'
추 장관은 판사 출신이면서 당 대표를 지낸 5선 중진 의원으로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강단 있는 정치인으로 꼽혀왔다.
이 때문에 검찰 내 대표적인 '강골', '검찰주의자'로 불리는 윤 총장과 검찰 개혁과 인사, 청와대와 여권 등을 겨냥한 수사 등 여러 지점에서 대립하며 충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첫 대면은 양호한 듯 보였다.
'검찰을 개혁 대상으로 보지 않고 동반자로 삼겠다'는 추 장관의 취임 발언은 검찰 조직과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논의와 조율을 시도하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지난 7일 법무부에서 이뤄진 상견례에서는 덕담을 주고받았다.
추 장관은 이 자리에서 윤 총장에게 검찰 개혁 협조를 당부했고, 윤 총장은 "장관 재임 중에 검찰 개혁이 완수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답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 관계는 지난 8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전후해 서서히 틀어졌고 갈등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추 장관이 검찰 인사를 전격적으로 단행하면서 여권을 겨냥한 수사 지휘부를 교체하자 '좌천성', '보복성' 징계 성격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특히 '인사안' 의견 조율을 놓고 추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윤 총장이) 인사 의견을 내라고 했음에도 (내지 않았다)"라며 "검찰청법 위반이 아니라 검찰총장이 저의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여권도 '윤석열 항명'이라며 추 장관에게 힘을 실어줬다.
여기에 추 장관은 그동안 검찰총장 지시로 꾸려온 특별수사단 등 기존 직제에 없는 수사조직을 만들 경우 장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특별 지시를 내렸다.
검찰총장 지시로 특별수사단 등을 설치해 오던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도 윤 총장을 비롯한 검찰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공개적인 대응을 삼가고 있는 것이다.
반면 현재 진행 중인 이른바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수사 속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검찰은 지난 10일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 사무실을, 하루 전인 9일에는 정부서울청사에 있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다만 자치발전비서관실 압수수색과 관련해서는 청와대가 '압수할 물건' 범위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련 자료 등을 제출하지 않아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대치 중인 추 장관과 윤 총장이 위기에 처한 조직 관리라는 공통 과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찰 개혁이라는 국정과제를 완수해야 하는 추 장관으로서는 검찰 조직의 협조가 필요하다.
상황에 따라서는 손을 내밀고 조직을 끌어안아야 하지만 인사 발표 이후 이를 기대하기 쉽지 않게 됐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개혁 작업을 법무부 일부 인력만으로 완수하기는 쉽지 않다"며 "내부 반발을 잠재우고 장관 자신의 법무, 검찰 행정 방향을 검찰 구성원들에게 설명하고 공감을 얻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패할 경우 검찰 조직 내 지지 세력이 없는 추 장관이 자칫 고립무원이 될 수도 있다"면서 "개혁 작업에 앞서 조직을 추스를 시험대에 올랐다"고 덧붙였다.
윤 총장도 상황은 추 장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단 윤 총장은 이번 인사로 한직으로 물러나 대검 간부들에게 '각자 맡은 역할을 열심히 해달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참모진 전원이 사실상 '좌천성 인사'를 받았지만, 수사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동요하지 않도록 격려와 당부를 전한 것이다.
윤 총장이 내부 단속에 나섰지만, 수사 지휘부에 이어 실무자급인 중간 간부 인사들마저 뿔뿔이 흩어진다면 동력을 잃고 수사가 틀어질 수도 있다,
또한 윤 총장이 이번 좌천성 인사로 전보조치돼 상황이 녹록지 않은 측근 인사들을 챙기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윤 총장 본인이 좌천 당했다가 부활한 사례지만, 지난 적폐수사에서 성과를 보인 이들은 이번 정권에서 내쳐지면서 정부여당으로부터 환영받을 만한 처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인사 갈등 이후 윤 총장마저 흔들린다면 진행 중인 여러 수사 전체가 어그러질 수 있다"며 "추가 인사와 같은 변수가 생기더라도 자신을 믿고 따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뛰어난 실력을 갖춘 검사들의 층이 두껍기 때문에 윤 총장이 건재하고 총장의 지휘하에 현재 진행하고 있는 수사를 계속해 나가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좌천된 검사장들도 전혀 동요할 필요가 없다. 그동안 고생했으니 새로운 임지에서 휴식하면서 후일을 도모하는 것이 검사장다운 처신"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