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괴롭힘 처벌 못하는 法, "나쁜상사 처벌안돼"

괴롭힘 신고 후 회사가 보복조치할 때만 처벌 대상…가해자는 처벌 대상 안 돼
법 시행 후 1947건 진정 접수됐지만 '검찰 송치' 9건 불과
직장갑질 119 "가해자 처벌조항 궁극적으로 법에 포함돼야"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이달로 6개월 차에 접어들었지만 정작 괴롭힘 행위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어 정작 직장 내 괴롭힘은 쉽게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 내 괴롭힘만으로는 처벌 대상 안 돼…'나쁜 상사' 처벌도 불가

지난 7월 16일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직장에서의 우월 지위를 이용해 업무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부당지시, 폭행·폭언, 따돌림, 차별 등이 대표적인 괴롭힘 유형에 해당된다.

하지만 정작 이같은 피해를 입었더라도 정작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상 처벌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현행 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피해직원이 신고했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해고 등 불이익 조치를 해야만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경우 처벌 대상도 불이익 조치를 한 사업주(대표)가 되면서 정작 가해 당사자인 '나쁜 상사'는 처벌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

이같은 '법 사각지대' 탓에 정작 피해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노동청에 신고해도 명확한 회사의 부당처우가 없는 이상 당국의 조사가 흐지부지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법이 시행된 후 지난해 12월 19일까지 직장 내 괴롭힘으로 1947건의 진정이 접수돼 1341건이 처리됐는데 이중 형사처벌 대상인 '검찰 송치' 건은 단 9건에 불과하다. 행정조치에 불과한 지도‧권고도 전체 처리된 진정 중 10% 남짓한 186건에 그치고 있다.

◇괴롭힘 금지법 시행 6개월…가해자 처벌조항 등 제재 강화 목소리도↑

(사진=연합뉴스)
법 시행 이후 이같은 한계가 잇따라 제기되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현행 '직장내괴롭힘법'에 가해자 처벌조항을 포함하는 등 보다 강력한 제재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민단체 직장 갑질 119 박점규 연구위원은 "궁극적으로 가해자 처벌 조항이 직장내괴롭힘 금지법에 포함돼야 한다" 며 "폭행, 폭언 등이 형사처벌 사항에 해당하더라도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괴롭힘은 위계에 의한 것임으로 별도로 처벌조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해자 처벌조항'이 포함된 개정안도 지난해 2월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대표발의했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직장 내에서 괴롭힘 가해자는 2년 이하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밖에 고용 관련 최고 결정권자인 대표이사가 괴롭힘 가해자일 경우, 사내에서 적절한 조처를 하기 어려운 점, 현행 근로기준법상 다수 규정의 적용 대상이 아닌 5인 미만 사업장 등도 대표적인 법 사각지대로 꼽히고 있다.

최한솔 노무사는 "사장 또는 대표이사가 직접갑질을 했을 때 마땅히 제재할 강제 조항이 없다. 사장이 갑질을 해도 본인이 직접 셀프 조사해야 하는 상황이다"며 "이같은 경우 사장 본인 혹은 일가가 갑질을 했을 때 노동청이 보다 적극적으로 수사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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