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재건 '3대 원칙'(▲탄핵의 강 건너기 ▲개혁보수 ▲새로운 집 짓기)과 관련한 기자회견 소동을 겪으며 친박계에선 수용 불가를 외치고 나섰다. 이에 수도권, 비박계 중심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요구로 맞서며 계파 갈등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은 3대 원칙만 받으면 공천권 등 지분요구를 하지 않겠다고 압박 강도를 높였다. 이에 공은 다시 황 대표에게 넘어간 셈이 됐다. 측근 사이에서도 3대 원칙 수용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며 황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 예산안, 선거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을 막아내지 못하며 '3연패'를 당한 황 대표를 향해 리더십 위기가 불거졌다. 비박계 사이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전환까지 거론되며 전운은 고조됐다.
이에 황 대표가 꺼낸 돌파 카드는 '통합'이었다. 지난 1일 오찬 간담회에서 보수통합추진위원회 가동을 언급한 후 통합을 연이어 강조했다. 7일에는 보수재건 3대 원칙 수용에 대한 기자회견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있었으나, 황 대표가 "큰 틀에서 이미 말했다"며 별도의 행사는 없다고 부인하면서 해프닝에 그쳤다.
이 과정에서 3대 원칙 수용에 반발하는 친박계 등 강경파의 반발이 불거졌다. 비박계의 공격을 피하고자 띄웠던 통합론이 이번엔 친박계의 공격에 부딪힌 셈이다.
3대 원칙에 대한 이견은 당내 계파 갈등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남권 친박계 한 중진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탄핵의 강을 어떻게 건널 수 있느냐, 새 집 짓기도 너무 현실성이 없다"며 "3대 원칙은 원칙이라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비박계 수도권 재선의원은 "통합하지 않으면 총선은 필패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며 "3대 원칙 수용이 어렵지 않다. 황 대표의 과감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도층 표심을 강조하는 수도권, 비박계 측에선 공개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김성태 의원(서울 강서구을·3선)은 "기득권에 사로잡혀 통합 열차가 제대로 출발도 못한다면 도도한 민심을 모르는 소아병적 태도"라고 했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새로운 집을 짓자는 것은 그렇게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라고 했으며, 친박계이지만 수도권인 윤상현 의원(인천 남구을·3선)은 "통합 3원칙을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내 혼란 속에서 초선 의원들은 9일 오전 회동을 갖고 3대 원칙 수용 등 통합 입장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혀 결론이 주목되고 있다.
결국 이목은 황교안 대표가 이 국면을 어떻게 돌파할지에 쏠려 있다. 황 대표는 이날 SNS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그 진의(眞義), 함께 하나 된 힘으로, 대통합의 힘으로 보여주자"며 "자유민주 세력의 통합, 하나된 큰 힘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그가 당내 반발을 뚫고 '정면돌파'에 방점을 찍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황 대표 한 측근은 통화에서 "반드시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는 강한 의지는 변함이 없다"며 "당내 반발 목소리가 당연히 나오기 마련이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진정한 리더십"이라고 말했다.
다만 방법론에 있어선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황 대표 주변에서도 "수용 선언을 하자"는 입장과 "굳이 따로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 나뉘는 모습이다.
이 상황에서 통합 파트너이자 3대 원칙을 제시한 새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인 유승민 의원은 "이것을 배척하는, 부정하는 세력과는 손을 잡을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어 "한국당 일부에서 오래된 친박을 중심으로 '새보수당이 공천권을 요구한다'고 하는데 3원칙을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고 이걸 행동으로 옮길 각오만 돼 있다면 다른 건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공천권, 지분을 요구하지 않겠다며 3대 원칙 수용을 강하게 압박한 셈이다.
유 의원의 선언으로 한국당 내 3대 원칙 수용을 찬성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한국당 한 핵심 당직자는 "유 의원이 먼저 내려놓는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우리도 3대 원칙 수용으로 과감하고 결단력있게 화답해 통합에 속도를 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황 대표가 3대 원칙 수용을 공식 선언한다면 새보수당이 주창하는 제3지대 헤쳐모여식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끝내 원칙 수용이 불발될 경우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우리공화당 등 흡수통합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 양측의 기싸움을 반영하듯 한국당은 통합추진위원회를, 새보수당은 혁신통합추진위원회를 각각 내세웠다. 통합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