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국고손실·조세포탈과 횡령, 직권남용 등 16개 죄목으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총 징역 23년에 벌금 320억원, 추징금 163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이명박)은 다스가 누구 소유인지를 묻는 국민을 철저히 기망하고 다스를 차명으로 소유했고 이러한 과정을 거쳐 대통령으로 취임했다"며 "취임 후에는 막강한 지위를 활용해 거액의 뇌물을 수수하고 국민 혈세까지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뇌물은 160억원, 횡령은 350억원 규모로 유례를 찾기 어렵다"며 "15년이라는 원심의 선고형은 사안의 중대성이나 다른 사건의 선고례와 비교하더라도 가볍다"고 강조했다.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참모들에게 책임을 떠넘긴 점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검찰 구형 이후 이 전 대통령은 최후변론을 위해 일어서서 약 30분간 준비해 온 원고를 읽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는 형님(이상득)과 처남 김재정이 함께 설립해 30년이 넘도록 경영해온 회사"라며 "저는 다스 주식을 단 한 주도 가진 적 없다. 만약 다스가 내 회사라면 사장과 경리책임자가 공모해 20년간 회사 돈을 횡령하도록 뒀겠나"라고 말했다.
삼성으로부터의 뇌물 혐의에 대해서도 "삼성이 에이킨검프(다스의 미국 소송대리인)에 매월 일정액을 지급하면서 양쪽 회사가 모두 공식 회계처리를 했다"며 "어느 대기업이 뇌물을 월급 주듯이 매달 주면서 장부 처리를 하고 공개하나. 삼성이 그런 회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삼성 뇌물의 대가로 지목된 이건희 회장 사면에 대해서는 "삼성 회장 이건희가 아니라 세 번째 동계올림픽 유치를 앞두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이건희의 사면을 건의했다"고 반박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번 검찰의 기소가 명백히 '정치적'이라고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특히 "검찰 공소장과 수사과정을 전부 보면서 검찰은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살인자로 만들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를 실소유하고 349억원을 비자금으로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삼성전자에서 다스의 미국 소송비 68억원 등 총 110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도 있다.
1심에서는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82억7070만원이 선고됐다. 항소심에서는 다스가 삼성에서 대납 받은 소송비 51억여원이 추가로 드러나 기소되면서 검찰의 구형량도 1심(20년)보다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