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규정에 따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견을 달라는 법무부와 인사 명단조차 보지 못한 상태에서 의견을 낼 수 없다는 대검찰청이 '구구절절' 입장을 밝히며 맞서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약 2시간 동안 검찰 인사위원회를 개최한 뒤 검찰 고위간부 인사 방향과 규모 등에 대해 논의했다.
법조계에선 인사위원회 논의에 이어 이르면 이날 인사발표가 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법무부와 대검이 인사안 의견 조율 절차 등을 놓고 서로 문제삼고 있어 구체적인 인사 협의는 요원한 상태다.
먼저 포문을 연 곳은 법무부다.
법무부 측은 이날 오후 1시 20분쯤 기자단에 입장문을 보내 "추 장관이 출근 직후부터 검찰 인사 관련 검찰총장을 대면해 직접 의견을 듣기 위해 검찰총장에게 직접 일정을 공지한 상태"라고 밝혔다. 윤 총장을 직접 만나 의견을 들으려 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추 장관은 제청 전까지 다른 일정을 취소하고 인사절차를 진행 중인 상태"라며 "검찰인사에 대한 직무를 법에 따른 절차를 준수하며 수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보다 앞서 언론에서 '추 장관이 윤 총장과의 충분한 협의 없이 검찰 인사를 진행한다'는 취지의 보도가 쏟아지자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대검 관계자는 입장문에서 "법무부가 '아직 법무부 인사안은 마련된 것이 없으니 검찰에서 먼저 인사안을 만들어 보내달라'고 했다"며 "인사 원칙이나 방향을 포함한 인사안 제시 없이 막연히 검찰 인사안을 만들어보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 총장은 법무부 검찰국에서 인사안을 먼저 만들어 이를 토대로 추 장관이 윤 총장을 만나 의견을 들은 후 협의를 갖는 게 법령과 절차에 맞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먼저 인사안을 보내달라고 요청했지만 법무부가 인사안을 제출하지 않았고 협의도 거절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인사의 시기·범위·대상·구도 등 인사 방향에 대한 내용을 통보받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인사안을 만들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추 장관-윤 총장 협의가 열리는 시간을 두고서도 문제삼았다.
대검은 "법무부는 윤 총장을 이날 오전 10시30분까지 법무부로 호출했는데 11시 위원회 개최를 겨우 30분 앞두고 총장을 호출하는 것은 요식절차에 그칠 우려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후 법무부는 대검의 반박에 재반박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다시 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날 오후 4시즘 기자단에 문자를 통해 "법무부는 검찰에 먼저 인사안을 만들어 보내달라고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인사 관련 의견제출 요청과는 별도로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의견을 듣기 위해 이날 오전 10시30분 면담을 통지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 인사안은 △원칙적으로 제청권자인 장관과 의견 제출자 총장 외에는 보안을 요하는 자료인 점 △장관을 직접 대면해 의견을 제출하겠다는 것이 대검 요청이었던 점 △인사대상일 수 있는 간부가 인사안을 지참하고 대검을 방문하는 게 적절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전향적으로' 윤 총장의 인사 관련 의견을 듣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그럼에도 윤 총장은 오전 10시30분까지 면담시간에 도착하지 않았다"며 "추 장관은 다른 일정을 취소하고 법무부에 머무르면서 총장에게 인사 관련 의견을 제출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검은 인사안을 인편으로 미리 총장에 전해주고 제3의 장소에서 면담할 것을 요청했지만 법률에 따른 의견청취 절차를 법무부 외 제3의 장소에서 해야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며 "추 장관이 윤 총장으로부터 직접 인사안에 대해 의견을 듣도록 조치한 점 등의 입장을 대검에 다시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 장관은 인사제청권 행사 전 총장 의견을 듣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윤 총장은 검찰 인사에 대한 의견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대검 관계자는 "법무부가 '검찰에서 먼저 인사안을 만들어 법무부로 보내달라 한 사실이 없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전날 윤 총장은 추 장관으로부터 검사장 인사안을 먼저 만들어서 이날 오전까지 보내달라로 요청받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검사 인사에 대한 검찰총장의 의견 개진은 각각의 검사의 구체적 보직에 관한 의견을 내는 것"이라며 "먼저 법무부에서 인사 이유, 시기, 원칙, 범위, 대상 및 규모 등 기본적인 인사 계획을 정하고 개별 검사의 구체적 보직에 관한 인사안을 만든 후 이에 대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되어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총장이 구체적인 인사안 없이 백지 상태에서 의견을 개진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법무부에서 구체적 인사안을 보내오면 충실하게 검토해 의견을 개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의 신경전은 법무부와 대검이 반박과 재반박을 거듭하며 때아닌 진실 공방 형국으로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