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초점] 엑스원, 눈앞의 이익 아닌 떳떳한 미래 택했다

엑스원(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프로젝트 보이그룹 엑스원(X1)이 끝내 해체 수순을 밟는다. CJ ENM 음악채널 엠넷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시리즈를 둘러싼 순위 조작 논란의 영향이다.

'프로듀스' 시리즈 시즌4인 '프로듀스X101'을 통해 결성돼 지난해 8월 첫 앨범 '비상 : 퀀텀 리프'(QUANTUM LEAP)를 내고 데뷔한 엑스원은 조작 논란의 여파가 일파만파 커진 뒤 존폐기로에 놓였다.

'프로듀스' 시리즈는 시청자 투표를 통해 일정 기간 동안 활동하는 프로젝트 아이돌 그룹 멤버를 선발하는 포맷인데, 멤버 선발 과정이 투명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활동할 명분을 잃은 것이다.

이 같은 상황 속 CJ ENM 측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엑스원의 활동 재개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프로듀스' 시리즈의 세 번째 시즌 '프로듀스48'을 통해 탄생한 팀으로, 마찬가지로 존폐기로에 놓인 걸그룹 아이즈원(IZ*ONE)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내놨다.

조작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두 팀의 활동을 지원하기로 가닥을 잡은 이유에 대해선 "정상적으로 데뷔했던 사람도 있는데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활동이 안 되고 있는 것에 대한 심적 고통이 크게 느껴졌고, 그들의 활동을 지지하는 댓글도 많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소속사들과 기존 멤버로 활동하는 게 좋겠다는 협의를 하는 중인이지만 활동 재개 확정은 아니다"라면서 "멤버들의 의견을 충분히 고려해 반영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6일 CJ ENM 측과 엑스원 멤버 소속사 관계자들의 회동이 진행됐는데, 끝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엑스원은 해체의 길을 걷게 됐다.

엑스원 멤버들의 소속사인 플레이엠 엔터테인먼트, 위에화 엔터테인먼트, 티오피미디어, 위엔터테인먼트, MBK엔터테인먼트, 울림엔터테인먼트, DSP미디어, 스타쉽엔터테인먼트, 브랜뉴뮤직은 회동이 끝난 뒤 공동 입장문을 내고 "각 멤버들 소속사와 전원 합의를 원칙으로 협의하였으나 합의되지 않아 해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CJ ENM은 입장문을 내고 "엑스원 해체를 결정한 소속사들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뜻을 밝혔다.

해체 결정에 대한 팬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 활동 재개에 동의하지 않은 소속사들은 눈앞의 이익이 아닌 멤버들의 떳떳한 미래가 더 중요하다면서 반대 목소리를 냈다는 후문이다.

엑스원(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회동에 참석한 관계자 A씨는 CBS노컷뉴스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이들은 대체로 당장의 돈 보다는 멤버들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며 "불명예와 멍에를 떠안은 채로 활동을 시킬 경우 물론 수익은 나겠지만, 멤버들의 인생을 멀리 봤을 때 결코 옳은 일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사전에 멤버들과도 충분한 논의를 거친 가운데 회동이 진행됐으며, 해체 결정을 언론을 통해 공표하기 전 멤버들에게 먼저 알렸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조작 그룹'이라는 오명에 대한 부담감뿐만 아니라 남아있는 활동 기간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애초 엑스원 멤버들이 CJ ENM 측과 손잡고 활동하기로 한 기간은 무려 5년. 계약기간 중 2년 반은 프로젝트 그룹 전속으로, 나머지 2년 반은 본래 소속사 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조작 그룹' 오명을 쓰고 내달리기엔 부담스러운 기간일 수밖에 없다.

엑스원과 달리 2년 반 동안 활동하기로 하고 출발한 아이즈원의 경우 활동 재개가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아이즈원은 2018년 데뷔해 이미 1년 넘게 활동했으며, 완성해 놓은 정규앨범과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는 상태이기도 하다. 엑스원과 마찬가지로 조작 논란의 여파로 활동 명분은 사라졌으나 다소 다른 상황에 놓여있는 셈이다. CJ ENM 측은 "소속사들이 아이즈원의 활동 재개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엑스원 멤버로 활동한 이한결과 남도현은 해체 소식이 발표된 뒤 소속사 SNS 계정을 통해 심경을 전했다.

이한결은 "기사로 소식을 접하시고 많이 놀라셨을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프로그램을 하는 동안 많은 걸 배우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 행복했다. 여러분이 주신 사랑 절대 잊지 않겠다. 빠른 시일 내에 좋은 모습으로 찾아뵙겠다"고 했다.

남도현은 역시 "소식을 접하시고 많이 놀라셨을 분들께 죄송하다"면서 "활동을 하면서 많은 걸 배우고 사랑을 받아서 행복했다. 응원해주셨던 분들께도 감사하다. 빠른 시일 내에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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