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합의 깬 쌍용차 "정말 송구"…해고자 "출근할 것"

2018년 9월, 해고자 119명 복직 합의한 쌍용차
당시 정부도 참여한 '노노사정' 결정 사안
하지만 최근 경영악화에 돌연 47명 휴직연장
쌍용차 "정말 송구…빨리 해결"
해고자 "7일 예정대로 출근할 것" 충돌 우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시민사회단체가 지난달 30일 오후 중구 대한문 앞에서 쌍용차 복직 유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쌍용자동차의 해고자 복직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지난 2018년 9월,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찬사 속에 쌍용차 노사, 정부 관계자, 해고 노동자 등이 모여 해고자 복직 문제를 종결지었지만 쌍용차는 최근 복직 절차를 중단하고 휴직을 연장했다.


이유는 '경영 악화'이다. 쌍용차는 당장 7일 출근을 앞두고 있던 해고 노동자 47명에 대해서 "정말 송구하다"며 유급 휴직을 결정했지만 해고 노동자들은 예정대로 출근할 것이란 계획을 밝히면서 충돌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 '사회적 대타협' 찬사받은 쌍용차 합의 깨졌다

5일 업계 등에 따르면 쌍용차 해고 노동자 47명은 이틀 뒤인 7일, 쌍용차 평택공장으로 출근을 시도한다.

애초 이달 6일이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 출근일이었지만 최근 회사가 경영 악화를 이유로 복직을 연기했고 또 6일 휴업을 결정하면서 출근이 취소된 상황이다.

앞서 2018년 9월 14일, 쌍용차와 쌍용차 기업노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해고노동자), 정부 대표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지난 2009년 쌍용차 사태 당시 해고된 119명의 해고 노동자 전원에 대해 복직을 합의했다.
지난 2018년 9월 14일 오전 서울 광화문 경제사회노동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쌍용차 노사 해고자 복직 잠정 합의에서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왼쪽부터), 최종식 쌍용자동차 사장, 홍봉석 쌍용자동차 노조위원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박종민 기자)

당시 합의는 1,700명이 구조조정된 2009년 쌍용차 대규모 해고 사태가 벌어진 지 9년 만이자 30명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숨진 뒤 이뤄진 것이었다.

당시 쌍용차 최종식 전 대표이사와 홍봉석 노조위원장,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득중 지부장이 참석했고 정부 측에선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문성현 위원장이 나섰다.

쌍용차 노사와 해고 노동자가 양보 끝에 합의를 이뤄냈고 이에 정부가 쌍용차에 대한 경영 지원을 약속하면서 '사회적 대타협'이란 찬사가 쏟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매우 기쁘고 감회가 깊다"고 평가했고 이낙연 국무총리도 "대한민국 노사 관계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사례"라고 말하기도 했다.

합의 이후 복직은 단계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쌍용차는 지난달 24일, 경영 악화를 이유로 마지막 남은 해고 노동자 46명의 복직을 연기했다.

이번 결정은 쌍용차와 쌍용차 기업노조가 단독 결정했다. 4자 합의 주체이자 당사자인 해고 노동자의 의견은 수렴되지 않았다. 2018년 4자 합의가 깨진 것이다.

일단 쌍용차와 기업노조는 이번 결정에 대해 모두 죄송하다는 입장이지만 당장 복직도 불가하다고 설명한다. 또 회사와 기업노조의 복직 연기 결정에 대해서도 '단체협약의 유니언숍에 근거했기에 법적 문제도 없다'는 입장이다.

쌍용차는 사보를 통해 "회사는 이유를 불문하고 무급휴직자의 휴직 연장 결정에 대해 죄송하다"며 "(경영문제 등) 여러 상황으로 고심하다 휴직 연장을 뒤늦게 알려 죄송하고 사회적 합의를 지키지 못했다는 쓴소리에 대해서도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회사와 협상을 진행한 기업노조도 사과했다. 쌍용차 정일권 노조위원장은 "해고자 복직 시기가 미뤄진 점에 대해선 어떤 이유로든 깊은 사과를 드린다"며 "쌍용차가 위기에서 벗어나 고용을 안정시키고 해고 동지들이 하루속히 공장에 출근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쌍용차의 경영 상황은 좀처럼 호전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적자를 기록하며 11분기 연속 적자에 빠진 것은 물론 2019년 판매량도 추락했다. 쌍용차는 지난 2019년 한 해 동안 총 13만 5,235대를 팔았다. 이는 지난 2018년(14만 3,309대) 판매량과 비교해 5.6% 감소한 것이다.

◇ 해고자 "다니던 직장도 사표 내…출근할 것"

무급휴직 상태로 복직을 기다리던 해고 노동자들은 복직 2주를 앞두고 통보된 합의 파기에 당연히 반발하고 있다. 이어 애초 합의한 대로 출근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정부와 맺은 합의조차 파기하면서 이젠 누가 회사 말을 믿겠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은 "회사가 출근하라고 이야기한 상황은 아니지만 해고 노동자는 합의한 대로 출근을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라며 "회사와 기업노조는 복직자 휴직 연장에 대해서 사과는 했지만 문제 해결 등의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결국 7일 출근을 예고하면서 회사와의 충돌도 우려되고 있다. 애초 출근일이었던 6일은 회사가 휴업 결정을 내렸다.

해고 노동자들은 새해 복직을 앞두고 지난해 각자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낸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복직을 코앞에 두고 지난달 24일 회사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성명서를 통해 "2018년 9월, 서른 번째 장례를 치르고서야 쌍용차 사장이 국민에 사과했다"며 "정부와 노사가 서명한 해고자 복직 합의가 이토록 우스운, 가벼운, 하잘 것 없는 합의였는가"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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