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당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TK(대구·경북) 지역에선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총선을 석 달 앞둔 시점. 당내에서는 이 지역 현역 의원들을 향한 인적쇄신 요구가 터져 나오고 있다.
◇ "그만 둘 사람들은 그만두지 않고…"
4일 현재까지 한국당에서 불출마 선언에 나선 의원은 모두 9명. 지역별로는 PK(부산·울산·경남)가 김무성·김세연·여상규·김도읍·김성찬·윤상직 의원 등 6명, 수도권이 한선교·김영우 의원 등 2명이다. 비례대표 유민봉 의원도 포함된다.
이들은 대부분 당이 지금 상태로는 문재인 정부를 제대로 견제할 힘이 없고, 분위기 쇄신을 위해 자리를 비워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들 9명의 용퇴만으로는 반전의 동력을 형성하기 충분치 않다는 게 당내 대체적 시각이다. "그만두어야 할 사람들은 그만두지 않고 당을 지키고 총선 승리에 앞장서야 할 인사들이 불출마 선언을 한다(김무성 의원)"는 평가가 계속되는 이유다.
당장 눈길은 서울 강남3구와 TK를 비롯한 한국당 텃밭 지역에 쏠린다. 두 지역 현역 의원 입에서는 현재까지 불출마 입장이 나온 바 없다. 이 가운데 TK의 경우 원내외에서 투쟁일변도 기조를 부추겨왔고, 현역 교체요구가 비교적 크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지역을 기준으로 쇄신 대상을 구분할 경우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중도 외연확장이나 보수통합을 위해서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목소리가 부쩍 많아졌다. 더 늦어질 경우 오는 4월에 있을 총선 준비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당 대표를 지냈던 김무성 의원은 페이스북에 "20대 총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인사들이 4·15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하고 새 인물 수혈에 앞장서는 게 당과 국민과 국가에 대한 당연한 도리"라고 적었다.
구체적으로는 20대 총선 공천 당시 최고위원과 공천관리위원, 그리고 '당이 이 지경이 되는 데 책임 있는 중진'이 용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내 친박(친박근혜) 세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 상당수가 TK에 지역구를 뒀다.
해당 지역 한국당 의원은 19명. 대다수가 초·재선이다. 중진은 4선 주호영, 3선 강석호·김광림·김재원 의원 등 모두 4명에 불과하다.
이를 두고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아무래도 초·재선에서 불출마에 더 망설여질 것"이라면서 "TK에서는 공천만 받으면 99% 당선일 테니 그 고비만 넘자며 집착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비박계 한 의원의 경우 "보수의 본산이라고 자처하는 곳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희생과 양보가 나와야 할 텐데 변화에 대한 인식이나 정치적 지향점이 시대와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그런 점이 불출마 선언이 나오지 않는 것과 이어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 전국 당협위원장(지역구 관리 책임자)을 대상으로 진행된 당무감사에서 TK 지역 의원 대부분이 부정적 평가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배규한 당무감사위원장은 통화에서 "지역별 점수를 별도로 매기지 않았다"며 "특정 당협위원장을 두고 공천 자격이 없다고 적시한 바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당무감사 결과는 통상 공천 과정에 기초자료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이번 평가는 당내 이른바 'TK 물갈이' 여론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또 다른 수도권 중진 의원은 "이런 명확한 기준을 적용한 상징적인 쇄신책이 나와야 의미 있는 반향이 나올 것"이라면서도 "절대 자진해서 나가지 않을 사람들이기 때문에 '공천 컷오프'를 통해 잘라내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런 요구에 대해 TK 지역 한 초선 의원은 "이참에 옥석이 가려졌으면 한다"며 지역 내에서도 실력이나 과거 책임에 대한 차등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