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3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아이다'는 오랜 기간 다양한 기록을 세우며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 온 작품이다.
지난 2005년 초연된 이후 4번의 시즌 동안 732회 공연, 73만 관객을 그러모으며 흥행몰이에 성공했고 지난해 11월 대망의 5번째 시즌 막을 열었다.
이번 시즌 '아이다'는 놓쳐서는 안될 작품이다. 최고 수준의 무대 예술과 화려한 캐스팅은 차치하더라도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버전의 한국 공연 마지막 시즌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은 한국에서 볼 수 없는 무대이기 때문인지, 작품은 마지막 불꽃을 불태우듯 더욱 강렬하게 관객들에 다가가며 큰 여운을 남긴다.
다소 뻔할 수도 있는 '삼각 관계'라는 로맨스 스토리를 가져가지만, 작품은 이를 감추지 않는다. 오히려 '치정'이 아닌 '사랑'에 방점을 찍고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는 결국 사랑 이야기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촘촘하게 풀어낸다.
이러한 서사는 오프닝 넘버에서부터 드러난다. 막이 오르고 갑자기 살아 움직이는 암네리스가 부르는 넘버 '모든 이야기는 사랑 이야기'(Every Story is A Love Story)는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초월적인 사랑의 메시지를 오롯이 풀어낸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이 세상 모든 얘기 / 인간의 운명과 같은 애절한 사랑 얘기 / 이건 증오의 시대를 살던 연인들의 사랑 이야기 /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었던 나일강변에서 시작된 전쟁 속에서 피어난 사랑 얘기" - 뮤지컬 '아이다' 넘버 '모든 이야기는 사랑 이야기'(Every Story is A Love Story) 中
특히 이집트의 정복전쟁으로 노예가 된 누비아 백성들은 약 100년 전 일본으로부터 독립을 염원하던 조선의 백성과 닮아 있다. 이러한 특징은 관객들에 묘한 동질감과 함께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캐릭터 또한 매력적이다. 타이틀 롤인 아이다는 노예가 됐음에도 당당한 모습을 잃지 않는 모습부터, 사랑에 빠진 여인, 조국의 백성을 위해 진취적으로 변하는 지도자 등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인다.
톡톡 튀는 매력으로 좌중을 압도하며 등장하는 암네리스도 자칫 무거울 수 있는 극을 조율하며 웃음을 자아내지만, 어느 순간 비련의 여성이 갖는 슬픔의 무게를 관객들에 묵직하게 전한다.
라다메스 역시 거칠 것 없는 자유분방한 이집트 장군에서 사랑 앞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모습을 보이며 극이 전하고자 하는 서사를 온 몸으로 드러낸다.
또 주요 배역이 공통적으로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서로 다른 '자유에 대한 갈망' 역시 눈여겨 볼 만 하다.
더불어 800여 벌의 의상과 60여 개의 통가발은 무대와 완벽하게 어우러져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며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이들은 때로는 아이돌 못지 않은 칼군무로, 때로는 걸그룹 같은 요염한 춤으로 관객을 홀리는가 하면 어느 순간 독립을 부르짖는 누비아 백성으로도 분한다.
특히 1막의 마지막 장면인 '신들은 누비아를 사랑한다'(The Gods Love Nubia)는 작품의 백미로 꼽힐 정도로 호소력 있는 하모니를 통해 전율마저 이끌어 낸다.
한국 공연의 대미를 장식하는 이번 시즌에는 아이다 역에 윤공주, 전나영이 암네리스 역에 정선아, 아이비가 맡아 무대에 오르며 라다메스 역은 김우형과 최재림이 연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