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달 27일부터 거동불편자 의료접근성 개선을 위해 왕진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다. 총 348개 의원이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 중 성범죄 이력이 있는 김모(45)씨가 운영하는 정신과 병원도 포함됐다. 김씨는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등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유명 정신과 전문의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자신과 관계를 가진 여성 환자에게 실명을 SNS에 올리겠다고 협박하고, 회식 자리에서 간호 조무사들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앞서 김씨는 환자들을 지속적으로 성폭행했다는 의혹도 받았지만 검찰 수사 단계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김씨의 병원이 왕진 시범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던 건 사업 참여 신청을 할 때 별다른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왕진 시범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의료기관은 왕진 의사가 1인 이상 있는 의원이다. 사실상 정상운영 중인 의료기관은 신청만 하면 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셈이다.
왕진 시범사업이 의사가 환자의 집으로 찾아가는 방식이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복지부가 참여 의료기관 선정 기준을 세우는 등 모집 과정에서 신중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 관계자는 "모집 과정에서 해당 사건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면서도 "현재 2심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재판 결과가 최종적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복지부가 처분을 내릴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