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펀드 환매 중단 사태 등으로 라임자산운용을 검사한 금감원이 신한금융투자가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 부실 사실을 미리 알았다는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자산운용은 지난 2017년 11월 부터 개인고객 투자금 2436억원과 신한금융투자에서 받은 대출금 3,600억원 등을 합쳐 6,000억원 가량의 무역금융펀드를 조성해 운용했다.
이 가운데 40%를 글로벌 무역금융 전문 투자회사인 IIG(International Investment Group)의 헤지펀드 STFF를 모펀드로 설정해 투자했다.
그런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근 IIG의 등록을 취소하고 관련 펀드 자산을 동결하는 긴급 조치를 단행했다. SEC 조사에 따르면 IIG 헤지펀드는 작년 말 투자자산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가 됐는데도 이를 속인 채 '가짜 대출 채권'을 판매한 혐의가 드러나 기소됐다.
여기다 기존 고객 환매가 들어오면 신규로 받은 투자금으로 돌려막는 일종의 다단계 수법인 '폰지사기'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되는 등 투자한 금액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무역금융펀드는 구조상 개인 투자자가 우선적으로 손실을 떠안게 설계돼 있어 이들이 투자한 2400억원을 고스란히 떼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에 앞서 IIG는 지난 2018년 11월 라임자산운용에 자산 손실을 통보했지만 라임자산운용은 이후 1년 동안 투자자를 계속 모집했다는 점에서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이 결국 IIG의 사기행각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금감원은 무역금융펀드 설정 당시부터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업무를 맡아 라인자산운용과 협의해온 신한금융투자 역시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PBS는 증권사가 헤지펀드 운용사에 헤지펀드 운용에 필요한 대출, 증권 대여, 자문 등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 서비스다. 신한금투는 라임자산운용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고 3,600억원 규모의 대출을 해줬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신한금투가 PBS 서비스 제공 뿐만 아니라 창구를 통해 888억 원 어치의 무역금융펀드를 판매한 판매사라는 점이다. 따라서 PBS 제공자로 부실 위험을 알면서도 이를 감추고 펀드를 팔았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현재 검사가 진행중"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상식적으로 수천억원 규모의 PBS를 제공한 신한금투가 펀드 부실 상황을 모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조만간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투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의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신한금투는 자사가 PBS를 제공했을 뿐 무역금융펀드의 자산 손실이나 펀지사기 등은 전혀 알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신한금투 한 관계자는 "무역금융펀드를 설정하면서 신한금투는 PBS 업무를 맡았을뿐 구체적인 상품설계나 운용은 라임자산운용이 주도했다"면서 "자산 손실이 커지면 대출을 해준 우리도 손실을 볼 수 있는데 가만히 있었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고 항변했다.
덧붙여 "PBS 업무와 펀드 판매업무는 정보가 차단돼 있어 펀드 판매 과정에서 자산 손실 등에 대한 정보를 전혀 알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삼일회계법인의 실사를 바탕으로 라임자산운용이 환매를 중단한 또 다른 펀드인 메자닌 펀드도 손실률이 40~70%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메자닌 펀드는 주식과 채권의 중간성격인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라임자산운용의 메자닌 펀드 판매액이 4,000억원에 이른다. 손실률이 70%에 달할 경우 원금 손실액이 2,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