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당락 가른다?…'만 18세' 표심은

지난달 31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 앞에서 열린 '만 18세 선거권 쟁취 축하 및 청소년 참정권의 다음 발걸음을 내딛는 송년 기자회견'에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올해 총선 만 18세 유권자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약 50만명의 신규 유권자가 새로 유입되는 셈인데 이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공직선거 투표를 만 18세 이상부터 가능하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지난달 27일 국회를 통과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이번 개정으로 신규 유입된 유권자는 53만명에 달한다.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은 선거연령 인하를 반기며 청년 민심을 사로잡을 맞춤형 정책을 준비 중이다. 보수 진영에선 '새로운보수당'이 청년 보수층 흡수를 목표로 공천 계획을 세우는 등 선거 지형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에선 반발이 거세다. 명분은 '교실의 정치화'이지만 어릴수록 진보적 입장을 지지한다는 오랜 '프레임'이 작용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올해 총선, 새로 유입될 50만명의 청소년 유권자들은 정말 진보를 지지할까?

전문가들은 제각각 다른 전망을 내놨지만 '결국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고 입을 모았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10대들은 '신인종'이라 봐야 한다. 이념 정체성이 없고 개인주의가 강해 투표 성향을 예측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평론가는 "최근 20대가 보수화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진보 진영에서 나오는데 이는 잘못된 분석"이라며 "20대는 탈이념적일 뿐이다. 이념 정체성이 없고 개인주의가 강하기 때문에 본인의 현안에 더 민감하다. 병역 문제, 입시 문제, 취업 문제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조국 사태 때도 입시 비리 문제가 떠오르자 부정적 반응이 즉각 나오지 않았나. 보수∙진보를 떠나서 사안별로 판단한다는 의미다. 10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선거여론조사 전문가인 안일권 리서치뷰 대표이사는 "선거연령 하향은 보수진영에 불리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 대표이사는 "2010년대 들어 선거가 지역구도에서 세대구도로 재편됐다"며 "젊을수록 진보층이 많고, 나이가 많을수록 보수층이 많다. 만 18세와 가장 근접한 만 19세의 투표 성향을 보면 선거연령 인하는 보수 진영에 불리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이사는 또 다른 가능성도 제시했다. 성별구도에 따른 투표 성향이다. 그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가장 진보적 성향을 일관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집단은 20대 여성이다. 반면 20대 남성은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경향을 보인다. 안 대표이사는 그 원인을 문재인 정부의 페미니즘 정책, 젠더 갈등의 심화 등으로 꼽았다.

안 대표이사는 "20대에서 성별구도에 따른 지지성향의 차이는 굉장히 뚜렷하게 나타난다"며 "만 18세 유권자가 20대 유권자의 성향과 비슷하다고 가정한다면, 만 18세 여성은 여당에 유리한 지표가 될 것이고 만 18세 남성은 보수 진영에 그나마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도권 등 격전지에서는 진보 성향으로 똘똘 뭉친 만 18세 이상 젊은 여성 유권자가 당락을 가르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선거권 확장 문제를 정당의 유불리로 접근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선거권 확장은 장기적으로 한국 민주주의 정치체제의 사회적 기반을 강화하는 효과를 갖는다"며 "단기적 관점으로 정당의 유불리를 따질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더 많은 시민들이 정부 및 정치권 구성 과정에 참여할수록 사회 내 정치적 관심이 높아져 민주주의에 이롭다는 게 서 연구원의 설명이다.

선거연령 하향이 보수 진영에 불리하다는 주장에 대해선 "청년들이 특정 정당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이에 대한 해결방안은 '그들이 선거권을 가져서는 안 된다'가 아니라 '그들의 지지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공직선거법 본회의 통과에 반발하며 '비례정당'을 비롯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선거연령 하향에 대해서도 "국민 공감대 전혀 없이 통과됐다. 고3 교실이 그야말로 정치판으로 전락할까 두렵다"며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선거연령 인하가) 정치적 이해 관계에 따라 선거법에 반영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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